38세 아줌마 “나이 때문에 안 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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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마라톤. 레이스 초반 선두에서 역주했던 콘스탄티나 토메스쿠(38·루마니아)는 반환점을 돌면서부터 뒤처졌다. 열사병 증세가 심해지면서 마지막 1.6㎞를 남기고는 걸을 수밖에 없었다. 간신히 완주했지만 기록은 2시간37분31초, 20위에 그쳤다.

17일 오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마라톤. 토메스쿠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출발해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에 도착하는 42.195㎞ 코스. 20도 안팎의 선선한 날씨였다. 초반부터 선두권에서 뛰었던 토메스쿠는 32㎞ 지점부터는 앞으로 치고 나갔다. 독주를 멈추지 않은 토메스쿠는 2시간26분44초로 금메달과 함께 4년 전 아쉬움을 씻어버렸다.

토메스쿠는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자신보다 어린 저우춘시아(30), 장잉잉(18·이상 중국), 캐서린 은데레바(36·케냐) 등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의 로사 모타(포르투갈·당시 30세)가 기록한 올림픽 여자마라톤 최고령 우승 기록도 8세나 올려놨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갖게 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많은 레이스를 통해 달리기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며 나이가 결코 ‘장애물’이 아님을 역설했다.

반면 여자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15분25초) 보유자 폴라 레드클리프(35·영국)는 4년 전 토메스쿠를 보는 것 같았다. 줄곧 선두권에서 뛰었던 레드클리프는 레이스 종반 왼쪽 다리의 근육통 때문에 주저앉았다. 그래도 절뚝거리며 완주해 2시간32분38초로 23위를 차지했다. 그는 “한쪽 다리로만 뛰는 것 같았지만 ‘나만의 레이스’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결승점에 들어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2002·2003·2005년 런던마라톤, 2002년 시카고 마라톤, 2005·2007년 뉴욕마라톤 등 메이저 마라톤 대회에서 여섯 차례나 정상에 선 레드클리프지만 올림픽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 그는 4년 전 마라톤 선수로는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아테네에서 탈수증세로 레이스를 중도 포기했다. 또 장거리(5000m, 1만m) 선수로 출전했던 1996년 애틀랜타와 2000년 시드니에서도 메달을 따지 못했다.

◇기대 못 미친 한국 육상=한국은 남자 경보와 여자 마라톤에서도 목표였던 ‘톱 10’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한국 이은정(삼성전자)은 여자마라톤에서 2시간33분07초로 25위를 했고, 채은희(한국수자원공사·2시간38분52초)와 이선영(안동시청·2시간43분23초)은 각각 53, 56위를 기록했다. 전날 남자 경보 20㎞에 출전한 김현섭은 1시간22분57초로 23위, 박칠성(이상 삼성전자)은 1시간25분07초로 33위에 각각 머물렀다. 또 여자 포환던지기에 나섰던 이미영(태백시청)도 15m10㎝에 그치면서 예선 탈락했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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