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신중해야 했을 '공동개최' 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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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막판 표몰이에 나선 한국의 전열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이수성총리가 지난 3일 「공동개최수용가능」을 천명함으로써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단독개최가 정론이긴 하나 국제여론이 공동개최를 원한다면 굳이 이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는 이총리의 발언은 지극히 원칙적인 수준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견지해온 한국의 입장과 뉘앙스에서 큰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았다는데 있다.
그동안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동개최를 결정한다면」의 단서를 달아 단독개최 의사를 견지하면서도 2002년월드컵 개최지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아프리카축구연맹등의 의사를 고려,적정수위를 유지해왔다 .월드컵 유치에 대한 정부측 분석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공동개최」 언급은FIFA 규정에 대한 검토및 일본과의 조율이 선행된 후에 신중하게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총리의 발언은 「단독개최가 정론」이라는 단서보다 「공동개최」에 더 무게가 실려 일본과의 유치경쟁에서 자신감을 잃은 듯한느낌을 준다.지난주 공노명 외무장관이 공동개최도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입장임을 밝힌데 이어 총리의 확인발언이 터지다보니 FIFA마저 정색을 하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동개최 불가」를 못박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개최지 결정이 코앞에 다가온 요즘 정몽준 FIFA부회장등 상당수의 유치관계자들이 발이 닳도록 지구촌을 누비고 있는상황에서 장관.총리.정부.여당등 곳곳에서 「돌출성 발언」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누가 한국의 월드컵 유치작업을 이끌고 있는지,한국의 공식입장이 「공동개최」인지 「단독개최」인지,아니면 남북공동개최인지 혼선을 빚기 십상이다.이제는 각개약진이 아니라 고지점령을 위해 「일제히 진격 앞으로-」를 외쳐야할 시기다.
백가쟁명식의 발언이 개최지 결정을 눈앞에 두고 결정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이 물론 일본과의 유치경쟁에서 질 수도 있다.그러나 유치에 실패할 경우의 책임추궁을 면하기 위해 저마다 면피성 발언에급급한 인상을 주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현장에서 뛰고 있는 유치위원들에게 뚜렷한 대표성을 부여,이들의 활동 에 무게를 얹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성은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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