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주제강 부도딛고 흑자기업 새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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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회사의 주인은 근로자」.
지난 92년10월 부도가 난뒤 미주제강(사장 朴相熙)으로 새출발한 이 회사의 경영이념이다.인천시남구도화동 기계공단내에 위치한 미주제강은 경영진과 종업원 3백명이 똘똘뭉쳐 95년 매출6백억원에 순익 7억원을 올리며 동양 최대규모의 엘리베이터 가드레일을 생산하는 전문업체로 탈바꿈했다.
회사 곳곳에는 「꿈이 있는 미주가족」「발전하면 나눠갖는 미주가족」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47년 동방제강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90년 젊은 2세 사장이 등장하면서 무리한 자동화 투자에다 80년대 후반 노동현장에불어닥친 노사갈등으로 자금압박에 몰려 미주실업에 인수됐다.
인수한 朴사장은 먼저 열악한 근로환경을 파악키로 하고 연일 퇴근하는 근로자 10여명을 붙잡고 1천도가 넘는 압연로 주변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이때문에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이 노사간 신뢰부족에서 비롯된 갈등임을 알게됐다.
朴사장은 노사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첫 노력으로 매달 열리는경영실적평가계획회의에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위원장을 참가시켰다.
노조도 경영의 주체라는 인식에 따른 것.회사측과 강경하게 맞섰던 노조측도 「노사가 대립하면 결국 회사가 망하 고 사원들도 망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체득,새 경영진과 호흡을 맞췄다.마침 건설경기가 좋아져 가드레일 수요가 늘어나자 노조는 임금협상안을 회사측에 일임하고 스스로 휴일을 반납,근무에 나섰다.최고참 기술자인 배경산(裵慶山.54.압연 사업부)직장은 모처럼 늘어난 일감에 신이난데다 야근.잔업을 마다않는 솔선수범끝에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이같은 노사 한마음으로 미주제강은 1년만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매출도 절반이상 대폭 늘었다. 노조위원장 장영일(張永一.39)씨는 『주인이 바뀌고 나서 불안한 미래 때문에 동요했지만 경영회의에 참가하고부터는 회사 속사정을 훤히 알게 됐다』며 『회의후 동료들에게 알려야 할 부분을 자료로 만들어 전달했더니 자연스럽게 회사 실적 과 운영방향이 전해져 노사간에 신뢰가 싹텄다』고 말했다.
朴사장은 『숨기고 싶은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조위원장이 참가해야 전체 근로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미주제강은 지난해 단체협상에서 수당신설보다는 직장인 보장보험가입이라는 타협안을 이끌어냈다.근로자와 배우자도 재해를 당했을때 보험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내기로 합의한 것이다.
당장 수당을 인상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노조측의 판단에 회사도 동의한 것이다.또 직반장을 인사고과위원회에 참여시키기로 하고 생일휴가도 도입했다.
이같은 노사화합 결실로 미주제강은 지난 94년 노사화합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인천=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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