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세권 샛길 노른자위 商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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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람은 큰길보다 샛길로 몰린다.큰길로 가나 샛길로 가나 비슷한 거리일때도 샛길이 더 붐빈다.샛길로 들어서면 실제 거리에 관계없이 심리적으로 지름길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전철 역세권 주변의 샛길이 바로 이런 심리에 편승해 노른자위상권으로 각광받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홍익대로 연결되는 「먹자골목」.
폭 2 정도에 불과한 좁은 골목길인 이곳은 7~8년전만 하더라도 한적한 주택가였다.그러나 이곳을 샛길로 이용하는 학생들의통행량이 늘어나면서 5~6년전부터 일반주택이 하나 둘씩 분식센터.주방.액세서리점 등으로 바뀌기 시작해 지금은 골목길 전구간이 상가로 변했다.
약 2백에 이르는 짧은 골목길에 소주방.호프집 등 술집이 18곳,분식센터 등 음식점이 13곳,액세서리.의류.구두점 등 잡화점이 22곳,커피숍이 2곳이나 들어서 있지만 모두가 성업중이다.점포 보증금도 평당 6백만원선으로 서교호텔쪽 대로변과 차이가 없다.10평 정도의 점포에 5천만원선의 권리금까지 붙어 있다. 이 골목에서 CD점 「뮤직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박영근씨는 『하루 테이프.CD판매량이 약 1백50개로 신촌로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 정도면 A급 입지』라고 말한다.
이 일대의 통행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가 전철역 바로 입구에 있는 서클K 편의점이다.모퉁이에 위치한 이 점포에는 양화대교쪽대로변과 먹자골목 방향으로 출입문이 모두 나 있지만 먹자골목 쪽의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고객이 대로변보다 3배 쯤 많다고 한다.그래서 계산대도 먹자골목 쪽 출입문으로 배치돼 있다.
지하철 4호선 쌍문역~한일병원,2호선 서울대입구역~관악구청,사당역~지하철공사간 샛길이 모두 이렇게 해서 노른자위 상권으로변했다. 키라컨설팅 박정수이사는『소점포를 창업할 계획이라면 새로 개통 예정인 지하철5,7호선 주변 역세권의 샛길을 눈여겨 보라』고 권한다.아직은 대로변보다 값이 훨씬 싸기 때문에 지하철 개통 초기에 투자를 하면 소자본으로 대로변 상권에 못 지않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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