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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회, 눈높이를 국민에 맞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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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치열한 선거전에서 승리한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모든 분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새 국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여야라는 고정관념을 없애야 합니다. 이제는 국민을 생각하는 정당만이 여당입니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당은 야당도 아니고,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만 주는 사당(私黨)인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새 국회에는 오직 국민을 위한 여당만 있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국회만의 룰(rule)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현재도 국회에는 윤리강령과 그것을 다루는 윤리위원회가 있습니다만 너무 형식적이고, 위반해도 준엄한 처벌이 없어 말뿐인 윤리강령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권력을 가졌다고 착각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심부름꾼이 지켜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상식선에서 생각해 보시고 실천 가능한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룰을 엄중히 준수하십시오.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처벌하십시오. 위반자는 또한 국민이 심판할 것입니다.

셋째, 과거의 모든 것을 버리십시오. 국회의원들의 과거 경력은 참으로 화려합니다. 고관대작 출신도 많습니다. 그 때문에 국민의 눈에는 폼 재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의원들만 보였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심부름꾼인 만큼 눈높이를 일반 국민 수준으로 낮춰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소리를 올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아직도 폼 잡으려는 의원나리가 계시다면 그는 이미 의원직을 상실한 사람입니다. 의원의 자격은 국민이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과거에 학생.노동운동을 하셨던 분들, 처음으로 의원이 되신 분들, 정치에 입문하려 할 때의 그 순수한 마음만 가지고 제발 힘주는 것은 배우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폼 잡으면 국민의 허리가 휘어지고 나라가 휘청거립니다.

넷째, 국민을 무서워하는 국회의원이 되시길 바랍니다.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합니다. 많은 국민은 의원들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가장 지저분하고, 가장 거짓말 잘하고, 또한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짓을 하는 인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이 정치인을 얼마나 경멸하는지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17대 국회에서도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의정활동이 계속된다면 이제 국민은 어떤 극단적인 행동을 할지 모릅니다.

다섯째, 이제 우리 국민도 바뀌어야 합니다. 국회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예컨대 묻지마 지역감정, 의원들에 대한 무분별한 청탁 등이 없어져야 의원들이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바뀌어 주시길 바랍니다. 코드로 국민을 나누지 마시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 국민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십시오. 또다시 탄핵 이전의 내 편, 네 편식 가르기 정치로 돌아간다면 국민이 대통령을 탄핵할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모든 정당이 '국민을 생각하는 여당'이라 생각하시고 수시로 국회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시고, 또 협의해 함께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새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김승만 중앙일보 디지털국회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