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등정중 낙서.세르파학대등 양심일탈행위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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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한국 산악인들의 해외원정도 활발해지고 있다. 어느 해에는 히말라야 지역에만 20여개 팀이 몰려 일본.프랑스 다음으로 3위의 입산국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일본.유럽.미주.옛소련.중국 등의 고산지역에도 한국 산악인들의 원정열풍이 일고 있다.
특히 매킨리지역은 매년 10팀 이상 한국 등산대가 몰려 한국이 조난 랭킹 1위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한국 원정대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해외원정 러시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쓰레기 방치,식수원을 오염시키는 무단 방뇨,조난구조비 체불,고용 셰르파 학대 등 산악인의 양심지표가 흔들리는 행위로 한국인의 추한 인상을 심어놓기도 했다.
몇년전 국내 산악계에 미국 알래스카 데날리국립공원사무소로부터경고성 항의서신이 접수된 일이 있다.
이곳을 원정한 한국인들은 「환경보호의 문외한들」이라고 혹평하며 다음부터 그러한 행동이 발견될 때에는 철저하게 의법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2년전에는 조난구조비를 미루다 일본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고 망신당한 일도 있었다.
유력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외국인 등산 급증,수색비 회수에높은 벽」이라는 제목과 「한국학생 명 3백만엔 빚지고 귀국」이라는 부제의 6단 기사를 게재했다.그러면서 「돈이 넉넉지 못한학생이라는 신분임을 감안,염가의 구조비를 청구 했으나 이들은 이같은 호의도 배신했다」는 편향적인 기사를 실어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몇년전 한국의 안나푸르나원정대가 베이스캠프 주변 바위에 원정대 이름을 페인트로 낙서한 사진이 미국 산악회 93년 연보에 사진과 함께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영국의 유명산악잡지 하이와 네팔의 영자지 라이징 네팔에는 한국 원정대의 비윤리성을 지탄하는 기사가 실려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한국여성 원정대가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하산하던중 네팔 여성산악인 구조에 늑장을 부려 두명이 희생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시 네팔팀은 같은 민족이었던 네명의 셰르파가 자기들만 살려고 내려오는 상황이었다.
편향적인 보도에 왜 국내 산악계는 항변도 못한 채 추한 한국인으로 매도돼야 하는가.
이제 우리의 해외원정 역사도 30년을 넘어섰고 지난해 8천급고봉 14개를 완전 등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고봉을 정복했다고 해서 산악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그릇된 인식을 외국인들에게 심어줘서는 안되며 이제는 성숙된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이용대〈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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