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매달 위생검사 명목 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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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평양주재 러시아대사관의 알렉산더 키실료프 고문은 이즈베스티야지 기고에서 자신의 임기가 다 했을 때 북한당국이 정치적 망명을 적극 권하면서 평양에 남도록 유도했다고 폭로했다.
다음은 키실료프가 폭로와 함께 기술한 평양 체험기의 요약.
『평양에는 지금 건설작업이 거의 중단돼 있다.밤거리에는 불빛도 없고 깜깜한 어둠 뿐이다.대중교통수단은 거의 없고 사람들은걸어다닌다.거리에 보이는 차량은 거의 고위관리나 외국인의 관광차량 등이다.일제차라면 일본인이 손님으로 온 것 이고 청색 벤츠라면 중앙위위원 차며 검은색 벤츠라면 정치국원 차라는 것을 즉각 알 수 있다.
북한은 지배층과 그 나머지라는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노동자는 몇 년만에 한 벌의 양복을 얻어 입고 신발이 제대로 없어 집에서나 신는 덧신을 겨울에도 신고 다닌다.
두꺼운 옷들이 없어 아이들은 항상 감기에 걸려 있다.
평양당국이 우리를 초대해 상다리가 휘어지는 음식을 대접할 때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외교관도 평양의 보통가정을 방문할 수 없다.
평양주민은 하루 2백50g의 쌀을 포함해 7백g의 부식을 받도록 돼 있다.그런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서명은 다 받는 것으로 해도 5백50g만을 받을 뿐이다.무엇인가를 위한 저축이라는 명목으로 떼는 것이다.
부식에 김치와 생선이 포함되지만 생선 같은 것은 너무도 형편없다. 그렇다고 이런 사정이 정권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지금 20만명의 정치범이 있다.
선생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무엇을 말했는지 묻는다. 매달 한번씩 거주지역은 「위생검사」를 받는데 이게 수색이라는 것은 모두 다 안다.주민들도 몇몇 그룹으로 나뉘어 감시를 받는 것이다.
김정일은 대중앞에 잘 나타나지 않고 오직 군인들 앞에만 나타난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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