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배움터 살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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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의 ‘한꿈학교’. 탈북 청소년 21명이 고졸·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대안학교다. 면사무소 지하1층에 자리 잡은 창문 없는 교실엔 선풍기 한 대만 돌고 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학생들은 모의고사 문제집을 놓고 씨름 중이었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험 준비를 한다. 이들은 교사 5명과 함께 학교에서 마련한 오피스텔(43㎡) 두 채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2006년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이영희(19)양도 사회 문제 풀이에 열중했다. 2007년 초 중학교를 마친 그는 일반 고교 대신 한꿈학교로 왔다. 그는 또래보다 2~3살이 많지만 일반학교 수업은 따라갈 수 없었다. 이양은 “일반 학교를 다니는 건 시간 낭비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이양은 “내가 노력만 하면 수준에 맞게 빨리 배울 수 있어 이곳이 좋다. 올해 대입에 도전해 간호학과에 진학할 계획”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학생들을 소개하는 학교장 김성원(39) 목사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학교가 새로운 부지를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폐교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 문을 연 한꿈학교는 시에서 빌려준 면사무소 내 지하1층(390㎡)을 교실 2곳과 교무실로 써 왔다. 하지만 12월엔 이곳을 떠나야 할 처지다. 시와 약속한 기한이 끝난 데다 면사무소 건물이 새로 조성될 택지개발 지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지난해부터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한국해비타트에서 학교 건물을 무료로 지어 주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학교를 지을 땅이 없다는 것이다. 교회와 개인 50여 명에게서 받는 한 달 300여만원의 기부금으론 교사·학생의 식비를 대는 것조차 빠듯한 형편이다.

탈북자 학교라는 특성도 발목을 잡고 있다. 탈북자 학생 상당수가 서울 등 대도시에 몰려 있다. 김 목사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안에 머물러야 하는데 땅값이 염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국에 있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는 모두 5곳. 이 중 학력이 인정되는 한겨레중고교를 제외하곤 모두 검정고시반을 운영한다. 한꿈학교는 2005년 첫 졸업생을 낸 후 지금까지 총 20명의 학생이 고려대·서강대 등에 특례 입학했다. 현재 취학기에 있는 탈북 청소년(6∼20세)은 모두 1047명, 전체 새터민의 10.5%다. 그러나 상당수 청소년은 남한의 일반 학교에 적응하는 데 실패하곤 한다. 한꿈학교를 통해 서울산업대 건축학과에 진학한 박광춘(23·3년)씨는 “한국 정착에 배움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소중한 보금자리를 후배들에게도 물려주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

‘Q채널’은 6월 탈북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다룬 ‘탈북1.5’를 방송해 관심을 모았다. 현재는 폐교 위기에 처한 한꿈학교를 돕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 참여 문의는 031-574-2156(한꿈학교).

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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