事前 여론조사 뒤엎은 '與黨 서울승리'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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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앙일보는 선거막판에 이변가능성을 감지했다.중앙일보는 서울과수도권에서 중반까지 주로 현역국회의원 후보들을 중심으로 판세가짜이던 것이 막판에 신진후보들의 추격세 가속화로 현역의원의 다수가 물갈이될 조짐이 보인다는 보도였다(본지삐 4월12일자 5면 10판 참조).
선거결과는 중앙일보 자체 예상보다 신한국당이 10석을 더 얻어 1백39석,국민회의가 10석정도를 더 잃는 오차가 발생하는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당이 서울에서 예상을 뒤엎고 47석중 27석을 차지하는신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막판에 감지된 이상기류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가 예상의석수를 조정하지 못했던 것은 신진 여당후보들이 겨루는 상대 야당후보들이 워낙 탄탄한 기반을 가진 중진급들이라 유권자의 물갈이 기대심리를 간과했기 때문이다.여론조사전문기자로 『설마』했던 안이함과 냉 철함의 부족이었음을 독자들에게 솔직히 고백한다.
이러한 자성의 토대에서 기자는 신한국당이 총선 역사상 최초로서울에서 승리한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하기 위해 12일 서울유권자 8백52명을 상대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했다.조사결과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선거종반에 강하 게 몰아친 「북풍바람」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풍바람 초기였던 4월5일 조사에서는 장학로씨 사건에 영향받았다는 응답자는 35.5%였으나 북한의 「휴전협정 사실상 파기선언」에 영향받았다는 응답자는 15.9%로 상대적으로 적었다(본지 4월8일자 6면 참조).
선거일에 가까울수록 판문점 변수가 장학로씨 변수를 훨씬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던 것이다.
서초갑의 최병렬 당선자도 『북풍이 불기 전까지 서울에서 신한국당 후보들이 정말 고전했다.4~5명정도만이 안정권이었다.그런데 판문점사태 이후 유권자들이 확연히 달라졌다.신한국당 1등 공신은 김정일』이라고 분석했다.
도저히 떨어질 것으로 상상하기 힘들었던 국민회의 한 중진후보는 『「북풍」에 연대생 사망관련 대학생들의 시위가 불을 댕겼다.서울도처에 최루탄냄새가 퍼지자 떨어지겠구나하는 위기감이 스쳤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보수표의 결집은 「낮은 투표율=야당승리」라는도식도 깨뜨렸다.중앙일보가 예측한 투표율은 65.2%(본지 4월11일자 5면 참조).최종집계된 투표율은 63.9%.
그런데도 이변이 일어났다.서울은 지역구별로 약 30%내외의 호남 고정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역대선거에서 이들의 투표열기가 유독 높았다는 점을 보면 국민회의가 낮은 투표율로 가장 덕을 볼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었다.결국 투표한 유 권자의 구성비에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다.
사후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낮은 투표율」과 「서울거주호남세의 결집력 약화」가 뚜렷했음이 드러난다.
연령별 투표율을 보면 20대 45.0%,30대 45.5%,40대 48.9%였으나 50세이상은 무려 70.0%로 이들의 「보수안정심리」가 투표결과로 그대로 반영됐다.
또한 예상대로 강원출신(47.4%).경북출신(52.9%)의 투표율은 낮았으며 호남출신은 이보다 약간 높은 63.9%였으나오히려 이북출신(64.1%).경남출신(69.4%)의 투표율이 더 높은 이변이 일어났다.「DJ견제심리」가 톡톡 히 작용한 것이다. 야당표의 분산은 매우 심했던 반면 여당표의 응집은 더 강했음도 알 수 있다.지난 6.27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정원식후보를 찍었던 유권자 중 국민회의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유권자는 단 1명도 조사상 잡히지 않았다.이들은 무려 64.7% 나 신한국당후보를 찍어주는 응집력을 과시했다.반면 야당의 조순후보를찍었던 유권자는 39.5%만 이번 선거에서 국민회의후보를 찍었고 나머지는 이탈되는 느슨함을 보였다.
게다가 박찬종후보를 찍었던 「비여반야(非與反野)」표도 46.
4%가 신한국당후보를 선택했다.
야당의 분열로 야당표의 흐트러짐과 동시에 호남표의 방심도 국민회의 패배로 연결됐다.이러한 증거는 다른 질문항목에서도 찾을수 있다.호남출신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국민회의가 서울 47석 중 평균 30.51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이는 다른 지역출신자들과 거의 비슷한 예측이다(평균 28.33석).
결국 이러한 예측이 호남출신자에게는 투표열기를 저조시켰고,반대로 「국민회의 싹쓸이」를 우려한 여타 지역출신자들은 투표장에가도록 종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서울이변」에 대해 호남출신유권자의 80.6%(기타지역 출신자 49.5%)가 「예상 못했던 이변」이라고 하며,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71.2%(기타 지역 출신자 24.8%)에 이르는 것도 이번 선거결과의 아이러 니다.
김행 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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