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서도 이 밤처럼 … 야구 메달 앞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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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림픽 야구 대표팀이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2차 평가전을 끝으로 실질적인 훈련 일정을 마쳤다. 전날 홈런 3방에 무너진 대표팀은 이날 홈런 2개를 포함, 17안타를 몰아치며 아마 세계 최강 쿠바를 15-3으로 대파했다. 비록 평가전이긴 하지만 프로 참가 후 8연패(공식전 7연패) 끝에 거둔 첫 승리였다. 한국 대표팀은 쿠바 전 대승으로 자신감을 안고 10일 베이징으로 향하게 됐다.

◇기분 좋은 승리=6일 경기에 앞서 한국팀 더그아웃은 “역시 쿠바는 강하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전날 1차전에서의 쿠바 야수진의 빨랫줄 송구를 놓고 “그런 야구를 하는 것은 반칙”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날 2차전 뒤 더그아웃 분위기는 “우리도 강하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1회 김동주의 2타점 2루타로 포문을 연 한국은 3회부터 7회까지 매 이닝 득점을 올리며 쿠바 마운드를 맹폭했다. 상·하위 타선 할 것 없이 고르게 터지는 한국 방망이 앞에 쿠바 에이스 마르티네스(3분의 1이닝 3안타·2실점)도 고개를 숙였다. 7회까지 점수는 15-1. 올림픽 야구 규정에 따르면 콜드게임(7회 10점 차)으로 끝나는 경기였다. 9번에 위치한 고영민과 6회 교체 투입된 정근우는 나란히 투런 홈런 아치를 그려내며 한국 야구의 저력을 과시했다.

◇좌완 선발 3인방 이상무=김광현(SK)·류현진(한화)·봉중근(LG) 등 본선 무대에서 중용될 왼손 선발들이 안정감 있는 피칭을 뽐냈다. 6일 쿠바전 대승은 봉중근의 호투가 발판이 됐다. 봉중근은 메이저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힘 좋은 쿠바 타자들을 4이닝 동안 산발 4피안타·무실점으로 요리했다. 몸쪽 직구와 떨어지는 커브로 삼진도 7개나 잡아냈다.

5일 쿠바와의 1차전에서 던진 김광현·류현진도 합격점을 받았다. 김광현은 최고 시속 150㎞의 직구를 앞세워 2.2이닝 2피안타·4탈삼진·무실점으로 쿠바 타선을 무력화했다. 뒤를 이은 류현진도 2이닝 무피안타·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왼손 투수들의 활약에 고무된 김경문 감독은 “본선에서 쿠바와 맞붙어도 한번 해 볼 만하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3번 찾기와 불안한 불펜진=문제점도 발견됐다. 우선 4번 이승엽 앞에서 찬스를 이어 줄 확실한 3번 타자가 아직 안 보인다. 김 감독은 “이진영·이택근·이대호·정근우 등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유동적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중간계투 임태훈(두산)을 내보내고 선발과 중간이 모두 가능한 윤석민(KIA)을 대표팀에 합류시켰지만 불펜진 역시 불안하다. 여기에 마무리 오승환(삼성)은 5일 쿠바전에서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홈런 2방을 얻어맞고 4실점했다. 김 감독은 “꼭 잡아야 하는 경기에는 투수진 전원을 대기시켜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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