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 물포 사용 … ‘부시 반대’ 시위 100여 명 연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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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5일 서울 도심에서는 ‘방한 반대’ 시위와 ‘환영’ 행사가 각각 열렸다. 경찰은 이날 불법 시위대에 붉은색 색소가 섞인 물포를 쏜 뒤 최근 창설한 경찰관 기동대를 앞세워 100여 명을 연행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27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다음 아고라, 2MB탄핵연대, 민주노동당, 한총련, 남총련, 민주노총, 6·15실천연대 등의 깃발을 든 참가자가 대다수였다. 시위대는 ‘쇠고기 재협상’ ‘주한미군 철수’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동안 청계광장 안에서의 집회는 묵인하다시피 해 온 경찰이 이날은 경찰관 기동대를 앞세우고 오후 7시20분부터 광장을 에워싸고 시위대를 압박했다. 일부 시위대는 물병 등을 집어 던지며 저항했으나 경찰은 포위망을 뚫고 도로로 나오는 시위대를 순식간에 검거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인도로 올라가지 않자 경고방송 후 붉은 색소를 넣은 물포를 쐈다. 이어 우왕좌왕하는 시위대 사이로 들어가 시위대를 적극 연행했다.


시위대는 청계천 길을 따라 종로로 옮겨 경찰과 대치했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대 행렬을 중간에 끊으며 인도로 밀어붙이는 동시에 붉은색 색소가 옷에 묻은 시위 참가자를 찾아내 잇따라 검거했다. 경찰은 물포와 함께 최근 개발한 장총 모양의 휴대용 살수 분사기를 처음으로 사용해 극렬 시위자를 향해 색소를 쏘기도 했다. 상점으로 피해 들어간 시위대를 쫓아가 검거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6일 0시 현재 시위대 100여 명을 연행했다.

시위대는 종로2가, 3가, 4가 등으로 계속 밀리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위대는 도로 중앙분리대를 쓰러뜨리고 내부의 쇠파이프를 빼내려다 다른 참가자들에게 저지당하기도 했다. 종로4가에선 오도가도 못하게 된 택시 기사가 옷을 모두 벗고 시위대와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선 보수단체들의 부시 환영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국민행동본부·뉴라이트전국연합·재향군인회·해병대전우회 등 374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애국시민대연합’ 소속 1만여 명은 오후 6시부터 ‘부시 대통령 방한 환영 문화축제’를 열었다. 앞서 오후 4시부터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관하는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기도회는 2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조용기 목사의 인도로 진행됐다. 조 목사는 “일본이 독도 야심을 버리도록 기도하자,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자”고 했다.

글=이충형·강기헌·장주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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