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 "사랑을 기다리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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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여자에게 남자란 무엇일까.남자에게 인생을 맡기는 일은 현명한것일까.5일 개봉되는 여성영화 『사랑을 기다리며』(원제 Waiting to Exhale)는 이상적인 남성을 찾아 헤매는 30대 중반 흑인여성 4명이 엮어내는 이야기다.원제 의 뜻은 마음놓고 숨을 내쉬기를 기다린다는 것.하지만 이들 앞에 나타나는남자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쟁이거나 유부남,아니면 둘 다다.
4명의 주인공은 TV 프로듀서인 섹시한 독신여성 사바나(휘트니 휴스턴),결혼 11년만에 남편이 백인 여비서와 바람나 느닷없이 이혼당한 전업주부 버나딘(안젤라 바셋),일에선 성공했지만미남만 좋아해 착실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로빈 (레라 로션),장성한 아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허전함에 방황하는 미혼모 글로리아(로레타 디바인)다.모두 자신을 힘든 상황에서 구제해줄 남자가 나타나길 고대하지만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92년 발간돼베스트셀러의 인기를 누린 흑인 여성 작가 테리 맥밀런의 원작을영화화한 『사랑을 기다리며』는 이들 4명의 방황과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결국 『남자가 당신의 삶을 조종하게 하는 것은 고통과자격지심.분노만을 가져올 뿐』이라고 결론짓는다.이들 4명의 여성에게 자존심 회복과 위안을 가져다주는 것은 서로의 우정인 것이다. 『사랑을 기다리며』는 여성들간의 우정과 연대의식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기존 여성영화와 별 차이가 없지만 할리우드 사상처음으로 흑인여성들의 문제를 그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흑인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의 등 장 인물은 모두 흑인이다.
휘트니 휴스턴이 92년 『보디가드』이후 처음 영화에 출연한 『사랑을 기다리며』는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음악이 좋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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