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출신의 귀향…노인복지로‘여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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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한총련을 이끌었던 강위원(가운데)씨와 동료들이 영광군 묘량면에 세운 노인복지시설 ‘여민동락’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0년대 후반 학생운동권을 이끌었던 30대가 낙향해 노인복지사업가로 변신했다. 1997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을 지낸 강위원(38)씨는 최근 고향인 전남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에 동료 6명과 함께 노인복지시설 ‘여민동락(與民同樂)’을 지었다. 이 복지시설은 강씨가 원장을 맡고, 2일 문을 연다.

복지시설은 부지 500㎡에 아담한 건물 2동으로 건축연면적은 170㎡ 정도. 이용 시설로 노인들이 오전 8시쯤 모여 중풍·치매 같은 노인성 질환 예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간식을 들며 지내다 저녁 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당초 사무실 용도로 지었던 건물 1동도 주민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시골찻집으로 만들었다. 노인들이 공짜로 국제전화까지 걸 수 있는 ‘사랑의 도깨비전화’, 100원짜리 동전 1개를 넣으면 커피 10잔을 뽑을 수 있는 ‘10원 커피 자판기’도 마련했다.

주민들의 집으로 찾아가 병원에 동행하거나 목욕을 시켜 주는 가사지원서비스도 차츰 확대할 계획이다.

강씨와 함께 한총련 간부를 지낸 이영훈(32)씨 부부와 권혁범(35)씨 부부가 동참했다. 사회복지사인 권씨는 지난해 3월 이 곳에 먼저 들어와 운영계획 등을 짰다. 이들은 농사를 지으며 ‘주민 일체형’ 농촌 복지의 새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강씨는 전남대 국문과 4년 재학 때인 97년 5월 서울 한양대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한총련 출범식을 주도했다. 같은 해 7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돼 4년 넘게 복역했다. 교도소에서 맹자를 읽던 중 ‘백성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다’는 의미의 ‘여민락’ 구절을 보고 가슴에 새겼다고 한다. 2001년 출소한 이후 대구의 한 노인복지시설서 사무국장을 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복지시설을 설계하다 이번에 ‘여민동락’의 문을 열게 됐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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