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자기의 여주, 물류기지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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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가업리 신세계 이마트 여주물류센터. 7월 18일 문을 연 이곳은 대지 면적 19만9267㎡에 연면적 7만5286㎡로 축구장 10개 크기다. 크고 작은 박스들이 끊임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자동으로 분류된 뒤 양쪽 45개씩 모두 90개의 출구에 대기 중인 트럭에 실린다. 센터 측은 “시간당 최대 4만2000개, 하루 최대 100만 개의 박스를 처리할 수 있어 단일 물류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여주군(군수 이기수)이 경기도 남부의 유통·물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내세울 것이라고는 쌀과 도자기 정도였던 이곳에 초대형 물류센터를 비롯해 아웃렛과 대형 마트가 들어섰다. 유통·물류 산업은 수도권 규제에 묶여 공장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여주군이 선택한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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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물류가 살길”=여주군에는 지난 20여 년간 제대로 된 공장이 들어서지 못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공장으로는 1987년 12월에 들어선 KCC 판유리공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공장도 증축이 안 돼 KCC는 이곳에서 만든 원판 유리를 충남 연기군 공장으로 옮겨서 가공하고 있다.

고민 끝에 여주군이 선택한 것은 유통·물류 산업이다. 유통·판매 시설은 연면적 1만5000㎡까지 가능하고, 물류시설은 사실상 제한이 없는 등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군수는 물론 간부들이 직접 나서 국내 유통·물류회사를 상대로 맨투맨식 활동을 전개했다.

이런 여주군의 노력에 가장 먼저 호응한 기업이 신세계였다. 신세계는 2000년 이마트, 지난해 2월 프리미엄아웃렛, 올 7월 물류센터를 잇따라 세웠다. 신세계 소유의 자유CC까지 포함하면 여주군 내 신세계의 사업장은 네 군데. 이들 사업장에서 채용한 인원 2700여 명 중 70%는 현지 주민들이다. 지난해와 올해 신세계가 주최한 취업박람회에는 여주뿐 아니라 인근 지역 젊은이들이 몰렸다. ‘여주는 신세계 타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역과 기업의 ‘윈-윈’=신세계가 여주를 주목한 것은 지리적 이점과 기반시설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으로 연결되는 도로망(경부·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을 갖추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싼 것이 매력이었다. 여주군이 신세계 전담팀을 꾸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신세계 홍보팀 박찬영 수석부장은 “신세계는 유통·물류산업에 필요한 넓고 싼 땅이 필요했고, 여주군은 대기업 유치가 절실한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여주에서 골프장 및 아웃렛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정체 내지 감소세를 걷던 군 인구는 2000년부터 매년 1000명씩 늘어나 최근 10만9000명을 돌파했다.

여주군 기획감사실 고제경 팀장은 “이마트와 프리미엄아웃렛에서 연간 340억원 규모의 군 특산물이 판매되고, 재산세와 지방세로 연간 18억원의 세금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아웃렛은 주말이면 하루 3만여 명이 다녀가는 쇼핑 명소가 됐다.

이기수 군수는 “2020년까지 인구 20만 명의 도농복합도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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