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 선거몸살-돈까지 은근히 요구 함부로 거절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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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기업들이 「선거몸살」을 앓고 있다.후보들마다 다투어 「실탄」지원을 요청하고 나선데다 차량지원은 물론 직원들을 유세장의 박수부대로 보내달라며 노골적으로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려니와 바쁜 시기에 종업원을 빼게되면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경제 5단체중 모단체의 A회장은 지금까지 무려 1백건의 후원회 참여요청을 받았다.처음 몇건은 평소 친분이 있는 후보여서 후원금도 줬으나 요즘은 잘 모르는 사람들로부터도 요청이 쇄도,아예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거처를 옮겼다.그가 내 는 후원금은1건당 1백만원 안팎.대기업회장이 보통 이 정도고 사장급은 50만원,임원들은 20만~30만원선이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대구성서공단 K사 K이사는 『한 후보에게는 회사가 자발적으로,두 후보에게는 외압에 의해 사람과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며『특히 어떤 후보로부터는 돈요구까지 받아 봉투를 갖다 주었다』고 말했다.그는『모 후보에게는 등록직후부터차량 두대와 종업원 20명을 고정적으로 배치,매일 지원하고 있으며 또 다른 두 후보에게는 정당.합동연설회때만(박수부대로)종업원 50명씩을 보내 주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경산시압량면부적리 S섬유 대표 S씨도 『경산지역 13명의 후보 가운데 2명으로부터 차량지원 부탁과 함께 「합동연설이 있게될 다음달 5일과 7일 이틀동안 박수부대로 종업원 10여명씩을보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그는 『 평소 안면이 있는 이들 후보의 부탁을 외면하려해도 나중에 만나면 괜히 미안할것 같아 지원하려한다』며 『출.퇴근용 차량과 종업원 40여명중10여명을 지원하면 당장 조업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걱정했다.
S씨는 『더욱이 이들이 은근히 돈까지 요구하는 것 같아 한번 전화를 받은 이후에는 없다고 피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이기수.김선왕.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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