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내가 대체 뭘 하는 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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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최근 셋업맨으로 바뀐 박찬호(35·LA 다저스)가 자신의 보직과 관련해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찬호는 28일(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7회 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다저스는 박찬호 뒤로 8회 대만 출신 궈훙즈, 9회 마무리투수 조너선 브록스턴이 이어던져 2-0으로 이겼다. 박찬호는 ‘홀드(Hold)’를 기록했다. 그가 홀드를 기록한 것은 1996년 4홀드 이후 12년 만이다. 홀드는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리드를 지킨 뒤 마운드를 다른 투수에게 넘겼을 때 주어진다. 메이저리그 공식 기록은 아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찬호는 “(조 토레 감독이) 갑자기 등판하라고 해 연습투구 5개만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대외적으로는 중요한 역할(셋업맨 겸 마무리투수)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팀 사정에 따라 보직이 자주 바뀌는 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박찬호는 후반기 제4 선발로 통보받았지만 마무리 사이토 다카시가 팔꿈치를 다치면서 불펜으로 돌아갔다.

박찬호는 셋업맨이나 마무리로 나서는 심경에 대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 나에게 ‘마무리투수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메이저리그에서 나왔다. 지금 셋업이나 클로저를 잘 해내면 다른 팀에서 나에 대해 선발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관심을 가질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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