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열린 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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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빈의 콘체르트 하우스 「그로스 잘」.
클래식만을 고집해온 이 공연장에서 개관이래 최초로 대중가요,그것도 한국의 대중가요가 불려졌다.10일 저녁 방송된 KBS-1TV 『열린 음악회』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벽뿐 아 니라 동서양의 벽도 허문 그야말로 「세계를 향해 열린」음악회였다.
오스트리아 주재 각국 외교사절,빈 국회의장등 저명인사들과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교포들 앞에 펼쳐진 이날 잔칫상에는 어떤 진수성찬보다 푸짐하게,또 맛있게 한국 음악과 유럽 음악이 골고루 차려졌다.
유럽 정통무대에서 노래한다는 흥분에 김건모와 신효범이 다소 굳어 보이긴 했지만 예의 화려한 가창력으로 『잘못된 만남』과 『난 널 사랑해』를 열창,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국악인 김영임의『한오백년』,사물놀이 두레패의 신명나는 공연과 조영남의 넉살좋은 진행에 교민들은 물론 유럽인들도 흥에 겨워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중 「나는 마을의 제1인자」를 부른 바리톤 김동규의 표정연기,『에델바이스』로 청중을 하나로 만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의 자신감,그리고 1천8백여석을 가득 메운 청중으로부터 열광적인 박수를 이끌어낸 조수미의 당당 함도 좋았다. 특히 조수미와 김건모,조영남과 루치오 달라의 듀엣은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퍼햅스 러브』를 연상케 했다.열린 음악회가 말 그대로 열려 있음을 세계에 과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수준높다는 빈의 청중을 감동시키는 순간이었다.
유럽의 본고장 클래식 무대에서 울려퍼진 한국의 대중가요.이 방송을 지켜보며 짐짓 흐뭇해했을 시청자들은 예술의 전당에서 「딴따라」들의 노래는 안되고 서울대 교정에선 트로트가 불려질 수없다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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