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콩배우 吳淸蓮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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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193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 『야반가성』의 제목은 「한밤에 들리는 노래소리」다.장궈룽(張國榮)이 오페라가수로 등장해 부르는 노래는 연인에게 바치는 헌사다.그의 연인은 베이징 갑부의 딸로 태어났지만 사랑의 신열 때문에 미쳐버린다.
그 불행한 여자역을 맡은 인물이 우첸롄(吳천蓮.28).『천장지구』로 홍콩 금상장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그는 현재 홍콩의 90년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떠올랐다.
5일 오후2시 호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한국.홍콩 합작영화 『언픽스』제작발표회장에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벌어지는 갱조직과 경찰의 싸움을 그린 이번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기 때문이다.그가 맡은 배역은 지금까지의 청순가련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갱조직원.한국경찰로출연하는 한재석이 상대역이다.
대만에서 태어나 주로 홍콩을 무대로 활동하는 그가 중국계가 아닌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해외에서 출연제의가없었던 것은 아니다.칸영화제에 참석했을때 프랑스 감독이 캐스팅의사를 밝혀왔지만 거절했다고 한다.『아직까지 아시아 배우로 남고 싶어요.뿌리가 있는 곳에서 연기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이에요.』 그는 자신의 성장사를 『어려서부터 연기와 노래에 친숙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요약한다.학교다닐 때는 줄곧 합창단에서 활약했고 자신이 「출.퇴근하는 직업을 갖지 못할 기질」임을 알고일찍 배우를 꿈꿨다고 한다.
그는 94년부터 가수활동을 시작,『애상일개인』『심란여마』등 여섯장의 앨범을 내기도 했다.『연기와 노래중 어느 쪽에 무게를두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대답은 늘 같아요.둘다 하는데 너무 익숙해요.』 영화출연도 그는 「잡식성」이다.『지존무상2』『유덕화의 도망자』같은 오락액션물부터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받은 리안(李安)감독의 『음식남녀』같은 예술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현재는 중국 국적 장이모(張藝謨)감독의 신작 『용성정월』 의 촬영을 마친 상태다.
『어떤 사물이든 내가 섭취할 수 있는 부분을 보려고 노력해요.어느 하나를 정해 놓고 숭배하는 건 싫어해요.영화 시나리오나감독을 볼 때도 그런 눈으로 봐요.』 그렇다면 왕자웨이(王家衛)감독 영화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그는 배우들이 감독을 얘기할 때 흔히 하는 말대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혀인상적이었다.
『한번 같이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그는 재능은 물론 개성도 있는 감독인 것 같아요.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를 완전히 장악하는 연출스타일이어서 저의 연기 경향과 안맞다는 생각도 들어요.』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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