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選協 선거부정고발센터 정혜용씨의 하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내일 지역구의원의 의정활동보고회에 점심을 먹으러 오라는 전갈을 받았다는 시민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지난달 28일 오후3시 서울종로구가회동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공명선거감시단의 선거부정고발센터((02)747-9898).
자원봉사자인 정혜용(鄭慧溶.26.여.만화창작실 「펜잡이」회원)씨가 제보를 받은 뒤 복창하듯 말했다.
『제보확인을 해보죠.먼저 행사가 열릴 식당에 예약이 돼있는지알아보고 필요하면 현장출동합시다.』 갑자기 긴장감이 감돈다.
최우성(崔祐誠.25)간사 주재로 5명이 긴급회의를 갖고 제보분석을 한 뒤 문제의 식당에 전화를 건다.
그러나 식당에서는 『단체예약이 많은데 무슨 당(黨)행사인지 어떻게 아느냐』며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는다.
다시 지역구 의원의 소속당에 전화를 건다.
『당원인데요.내일 ×××의원의 의정활동보고회는 몇시에 어디서열리지요?』 그러나 저쪽은 이름과 당원여부를 확인하는 등 「딴전」이다.
『이런 사례는 어떤 형태로든 시간.장소를 바꿔가며 교묘히 이뤄진다』고 崔간사는 말한다.
이날 제보건은 3명이 한 팀이 돼 당원이나 선거운동원으로 가장,현장에 침투하기로 했다.
鄭씨가 이날 고발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9시5분전.
커피를 한잔 마시며 숨을 돌린 鄭씨는 전날 감시단원들의 활동상황을 체크했다.
오전9시30분.鄭씨는 崔간사로부터 선거법.감시요령 교육을 30분간 받았다.
오전10시.제보전화 앞에 앉는다.
제보전화를 분석한 뒤 필요하면 오전에는 11시에 출동하는게 보통이다.물론 휴대폰.카메라.녹음기 등으로 「완전무장」한다.
그러나 오늘은 오전출동이 없다.鄭씨는 2시간여 「정보분석」작업을 벌인다.후보들의 우회선전장으로 이용되는 동네신문들도 모니터한다.낮12시15분.鄭씨는 식당에 배달시킨 김치찌개를 동료들과 맛있게 먹었다.오후2시가 넘어도 현장출동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鄭씨의 손놀림은 쉬지 않는다.각종 공명선거 홍보물 도안과 이미지컷의 제작도 鄭씨 몫이다.오후4시.『내일 출동에 대비해 연습 한번 해보자』는 崔간사의 제의에 「가상훈련」을해본다.오늘은 이렇지만 지난 26일 오후4시에는 崔간 사의 승용차편으로 3명이 서울성북구상월곡동 석관4거리 M횟집에 출동했다.지구당행사를 가장한 향응제공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서였다.
鄭씨 일행은 지구당 사정을 미리 파악하고 당원들의 대화 속에끼어들어 혹 불법사례가 없는지 신경을 곤두세웠으나 눈에 띄는 불법사례는 없었다.
그날 공선협에 돌아온 것은 오후8시였다.오후8시30분.鄭씨는비로소 「퇴근길」에 나섰다.
鄭씨는 1주일에 2~3일 이렇게 자원봉사한다.
鄭씨는 『대학시절인 14대 총선때의 봉사경험에 비춰 보면 시민의식이 많이 높아졌다』며 『3월 첫째주 감시단의 「현장조사팀」이 본격가동되면 현장만 누벼 부정을 파헤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규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