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맞수>오후FM KBS.MBC진행자 홍서범.한동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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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나른한 오후2시에는 FM을 켜주세요.』 KBS 제2FM 『홍서범의 뮤직쇼』와 MBC FM 『2시의 데이트』 진행을 맡고있는 홍서범(37)과 한동준(32).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의 DJ를 맡아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건국대 선.후배지간의 인기 가수들이다.
하지만 「종합예술인」(홍서범)과 「얼굴없는 가수」(한동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이들의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불놀이야』로 80년 대학가요제 금상을 받은 「옥슨80」의 리더 홍서범은 솔로로 독립한뒤 『가난한 연인들의 기도』『나는 당신께 사랑을 원하지 않았어요』『김삿갓』『구인광고』등 개성 강한 노래로 화제를 모았다.MBC-TV 코미디 프로 에 출연해서는 『뭘보나.경제를 살리자는데』등 재치넘치는 개그와 유명인을 흉내내는 연기로 개그맨을 웃기는 가수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얼마전 연예인 볼링대회에서 1등 한 것을 비롯,스키.당구.카드 등 못하는 것이 없는 「잡기 도사」다.
반면 통기타그룹 「노래그림」출신의 한동준은 『버스나 지하철을타고 다녀도 전혀 지장없다』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있을 정도로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다.사진찍기가 유일한 취미.그의 포근한 발라드 『너를 사랑해』『사랑의 서약』등은 이미 축가의 대명사로 자리잡은지 오래다.『노래를 통해 삭막한 시대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다』는 그의 말에는 목회자의 경건함마저 배어 있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올초부터 『2시의 데이트』진행을 맡게 되었을때 『너무 처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하지만 오히려 『너무 까부는 것같아 실망했다』『그 한동준 맞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인생선배.노래선배.학교선배 홍서범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낸 셈이다.
홍서범이 6대4정도로 가요에 힘을 싣는 반면 한동준은 같은 비율로 팝에 치중하는 것이 프로그램 구성의 차이.
『예상과 달리 발랄하게 이끌어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 홍서범의 칭찬에 한동준은 『서범형의 재기넘치는 진행 솜씨는 알아줄 만하다』고 받는다.
친구들과 술 마시고 세상 얘기를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공통의 취미외에 정기적으로 장애인들을 찾아 봉사하고(한동준) 매년청소년 시인학교를 찾아 위문공연을 벌이는(홍서범) 따뜻한 마음씨가 이 둘의 가장 큰 공통분모다.지난주 김광석 추모공연을 끝낸 한동준은 6월께 포크록풍의 새앨범 출반을 앞두고 있고 얼마전 서대문에 MAC기획을 차린 홍서범은 새 앨범 구상과 신인가수 2명 다듬기에 정신이 없다.
『솔직하게 하자.재미있게 하자.』(홍서범) 『따뜻한 노래를 통해 따뜻한 사랑을 주자.』(한동준) 이들이 마이크를 잡는 매일 오후2시부터 4시 사이에는 「나른함」이란 단어가 잠시 잠든다고 한다.
글=정형모.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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