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화약 만든 최무선, 통쾌한 활약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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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무선
김종렬 글, 이경석 그림, 비룡소, 77쪽, 7500원, 초등 저학년

어린이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항목이 위인전이지만, 좋은 위인전 고르기는 쉽지 않다. 화려한 태몽으로 시작해 비범한 어린시절로 이어지는 미화된 영웅담은 평범한 아이들에게 괜한 열등감을 심어줄 우려마저 있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 “위인들을 하늘 위에서 빛나는 신과 같은 존재가 아닌, 옆자리 짝꿍처럼 친근한 인물로 그리겠다”며 출판사 비룡소가 ‘새싹 인물전’시리즈를 기획했다. 인물의 일대기를 고루 다룬 위인전이라기보다 몇몇 이야기를 뽑아 엮은 위인동화다. 『최무선』은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안네 프랑크』와 『마리 퀴리』가 함께 출간됐으며, 앞으로 매달 두 권씩 총 50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최무선』의 초점은 화약 만드는 법을 알아내기 위한 악전고투의 과정에 맞춰졌다. 궁궐에서 하던 불꽃놀이를 보고 화약에 관심을 갖게 된 최무선. 화약 무기를 만들어 왜구를 물리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화약 재료인 초석을 만들기 위해 최무선은 마당에 화덕을 만들고 가마솥을 건다. 여러 곳의 흙을 가져다 물과 함께 넣고 끓이기를 수백 번. “멀쩡한 양반이 갑자기 왜 그런대? 참 안됐지 뭐야”란 마을 사람의 수군거림도 최무선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고려가 왜구를 막지 못한다면 장차 원나라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며 원나라 사람 이원을 설득해 화약 만드는 법을 알아낸 최무선. 화통도감을 세워 화약과 화포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왜구를 물리치는 과정이 통쾌하게 펼쳐진다. 또 왜구가 잠잠해진 뒤 “나쁜 자들이 화약을 차지한다면 나라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조정 대신들의 압력에 밀려 화통도감의 문을 닫아야 했던, 한 치 앞을 못 내다본 안타까운 역사도 솔직하게 담았다. 만화가 이경석이 그린 그림은 재미있는 볼거리다. 머리에 화약의 심지가 달린 최무선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하루종일 화약 만들 궁리만 하는 최무선의 모습은 하루 일과를 시간대별로 그려넣은 만화 형식의 삽화로 보여줬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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