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도 문과.이과 입장달라-구정高 내신산출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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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강남구 구정고교(교장 權在重)의 내신성적 산출방법을 둘러싸고 이과반 여학생들이 집단 자퇴서를 제출한데 이어 학부모들이시위하고 위헌 소송을 검토하는등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면서 과연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계열.남녀별로 학생.학부모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모두를 만족시킬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93년에도 구정고등 강남지역 7개 남녀공학 고교의 학생.학부모들과 국정감사를 통해 내신산출방법에 대한 이의가 제기됐었으나결국 학부모간 이해대립으로 손대지 못했다.
이같은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온데는 올해부터 종합생활기록부 도입으로 전체석차와 내신등급이 없어지는 대신 과목별 석차백분율을 내도록 제도가 바뀌고 97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본고사 폐지로내신 반영비율이 높아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동안 내신성적 분리 산출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이과반(1개반) 여학생들이 『지금까지는 배우는 교과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신성적을 남녀별로 구별해 산출했으나 이제 그럴 이유가없어진 만큼 당연히 통합산출해야 한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다른 쪽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게 문제.학교측이 이과반 여학생들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통합내신제를 도입키로 했다가이과반(6개반) 남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닥쳐 이를 번복한것도 그 때문이다.
반면 문과반은 남녀 4개반씩 인원이 비슷하고 여학생들이 전반적으로 남학생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는 등 이과반과는 사정이 정반대여서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게 얽힌다.
통합할 경우 여학생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학교측과 교육당국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다.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현행 내신 산출방법은 학교장 재량이라는 지침을 들어 학교측이 자체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뒷짐지고 있는 형국이고 학교측도 4월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내신 산출방법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에서도 학부모 대표간 이견으로 진통이 예상돼결국 내신성적 산출방법은 3학년에 한해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계열에 따라 분리.통합 산출방법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든가 분리.통합 산출 방법을 모두 적용,성적을 낸뒤 대학이 선택하도록 하는등의 과도기적 방법중 하나를 택할 공산이 크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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