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에 조기 교육바람-어릴때부터 연극.뮤지컬 관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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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브로드웨이 가족뮤지컬 『애니』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오후2시 공연 개막 10분을 남겨두고 공연장 입구엔 30대 초반의 주부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다.
『우리 아이는 얌전히 앉아있을 거예요.약속할게요.』 공연부 직원에게 여인은 자신의 손을 꼭 쥔 사내아이를 가리킨다.『죄송합니다만 다섯살부터 입장하게 돼 있습니다.』난감하다는 직원의 대답이었다.
최근들어 공연장에 3~4세가량의 어린이를 데려와 관람할 수 있게 해달라며 조르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자녀의 정서함양을 위해 어릴 때부터 놀이와 교육을 겸할 수 있는 연극.뮤지컬 공연을 보여주려는 부모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6일 막이 오른 『애니』공연장엔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꼬마 관객들이 많았다.『애니』는 봄방학을 겨냥해 무대에 올랐으나 실제 객석은 방학과 무관한 「어린」 손님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
여기에서 초등학생은 「나이 지긋한」 관객에 속한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삼성 영상사업단 공연팀 최호 과장은 『극의 주인공인 애니가 열살이고,영어 공연이어서 초.중생들이 볼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미취학 어린이가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미취학 어린이가 몰리는 현상은 지난 22일 막을 내린 『올리버』(한국연극협회 제작)공연때도 마찬가지였다.예술의 전당 공연1부 직원 최진숙씨는 『3~4세짜리 자녀들을 집에서 「다섯살」이라고 가르쳐 데려오는 어머니가 적지않다』고 말했 다.현재 예술의 전당 대관 규약엔 관객 연령제한에 대해 「공연 성격에 따라 공연 단체와 협의한다」고 명시돼 있으며 보통 4세 미만의 어린이의 공연장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이처럼 공연장에 3~4세 꼬마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가지가지다.『연령제한 때문에 매번 부모들과 작은 승강이를 벌인다』는 한 공연부 직원은 『조기교육도 좋지만 평균 2만~5만원 하는 비싼 공연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자 녀를 데리고온 부모들을 볼 땐 과소비라는 생각이 들때도 많다』고 말했다.
삼성영상사업단측은 『지난해 「피노키오」와 이번 「애니」관객을통해 미취학.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어린이 뮤지컬 주수요층임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이들을 대상으로한 공연 상품이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술의 전당 공연1부 안호상 부장은 『유독 미취학 어린이들이공연장에 많은 것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에 「가족 뮤지컬.가족 공연」이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면서 『조기교육 못지않게초.중생 자녀의 정서에 꾸준한 관심을 갖는 것 이 필요하다』고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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