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울대 특별법 필요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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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대가 교육법상 감독기관을 현행 교육부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시켜 교육부에 대해 독립적 지위를 확보하고 모든 단과대학을대학원으로 전환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있다. 서울대가 「특별법」이라도 제정해 국내의 타대학과 다른 「차별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안다.교육체계와 행정체계가 이원화돼 있는 현재로서는 서울대학교의 경쟁력제고가 어렵기 때문에 교육부로부터 독립해 행정규제로부터 자유로워야 교육과 연구의 경쟁력향상과 변신이 가능하다는논리다.특히 학문과 지성의 경쟁을 위해 예산확보와 대학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아 서울대가 당면한 문제점과 한계성을 극복하고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서울대법 제정의 취지는 「자율」과 「자립」에 귀결되고 있다.이유도 타당하고 의지도 있어 보인다.그리고 서울대학교만이라도 우선 국제경쟁력을 배양해야겠다는 자기 변신과 아픔의 선언이라고 이해한다.평준화교육으론 경쟁력있는 인재를 배양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적 자율과 재정적 자립을 보장할 수 있는 서울대특별법 제정 논리와 서울대의 예외를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대 밖의 대학인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는 형편이다.대학공동체의 다른 의견에도 불구하고 굳이 「서울대 특별법」을 추진할 생각이라면 몇가지 간과해선 안될 점이 있다.
「서울대 특별법」의 명칭이 내포하고 있듯 특별한 제도와 특별한 대우를 그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우선 생각해야만 한다.
「특별」의 의미는 예외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그러나 서울대를 표본으로 삼아 안간힘을 쓰며 더 높은 교육을 추구 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현실적으로 예외적 대우를 받아온 서울대가 또 다른 예외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와 「평등속의 특별한 불평등」이란 견해들에 대해서도 이해를구할 필요가 있다.21세기를 준비하는 대학은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만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국제경쟁력은 특정대학에서만 예외적으로 배양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대학이 참여하는 형평 속의 경쟁과 협력안에서 길러질 수 있다 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서울대 특별법 제정 이전에 학생과 교수는 세계 어느 대학보다 우수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와 교육의 질적 측면에서는 9백위도 되지 못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우리나라 대학경쟁의 진원지인 서울대학이 내국적(內國的)우월에 안주(安住)한 나머지 과거 50년동안 경쟁력을 키우는데 방관자적 입장이었다면 제도문제 이전에 의식의 문제부터 정립돼야 순서이기 때문이다.
경쟁력은 제도에서도 나오지만 구성원인 인간으로부터 나온다.경쟁력은 하드웨어와 관련되지만 소프트웨어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이 점에서 규제로부터의 자립보다 먼저 자기개혁과 대학혁명의 관점에서 서울대 특별법 제정의 의미가 부여돼야 하리 라고 본다.
비단 서울대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제도의 틀 속에 안주해온 탓에 경쟁력이 미흡하고 다양화와 특성화,그리고 「대학 홀로서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시점에서서울대 특별법 제정이 거론되고 있는 점은 시사하 는 바가 크다.다만 경계해야 할 일은 대학간의 균형과 공정한 대우에 대한 평등과 조화의 원칙을 세우는 일이다.예외가 아닌 제도적 자율과공평성을 훼손하지 않는 세계적 대학육성방안이 고려돼야 한다.21세기는 「수직적 경쟁」의 사회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의 사회적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정부로선 자율화와 재정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시점에서 특정 대학의 특별법 차원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전반적인 대학경쟁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다.특별법 제정이 여건을 마련할 수 는 있으나 여전히 의식개혁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李鉉淸 大敎協 고등교육硏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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