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살테러 여자가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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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알아바라의 한 경찰서에서 13일(현지시간) 수료식을 마친 뒤 활동에 들어간 이라크 최초의 여성 경비대원들이 검문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이라크의 딸들’로 불리는 이 경비대는 늘어나는 여성 자살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출범했다. [알아바라 AP=연합뉴스]

이라크 최초의 여성 경비대가 출범했다. ‘이라크의 딸들’로 불리는 70여 명의 여성 경비대원이 13일(현지시간) 알아바라 지역의 한 경찰서에서 열린 수료식을 마친 뒤 활동을 시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미군 및 남성 경비대와 함께 검문소와 학교·병원 등에서 여성을 검문하는 임무를 맡는다. 5일 동안의 훈련 과정을 수료한 이들은 남성 경비대와 달리 무기는 휴대하지 않는다.

여성 경비대는 늘어나는 여성 자살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올 들어 바그다드 북쪽에 있는 디알라주에서만 9건의 여성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지만 미군 등은 속수무책이었다.

이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는 찰스 놀 미 육군 대위는 “이라크 문화상 여성을 수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그 때문에 치안 유지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에 고심하던 미군은 여성 경비대 창설을 추진했다.

이라크 경찰 지도부는 미군의 계획에 처음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여성 경비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디알라주 4개 마을에서 대원을 모으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사타르 자바르 알아바라 경찰서장은 “여성 경비대는 경찰과 주민 간의 장벽을 허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여성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 수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라크 치안 당국의 기대에 부응하듯 경비대원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대원의 75%는 경찰관이던 남편을 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에 의해 잃은 아픔이 있다.

월급 수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수입이 생긴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중요하다. 홀로 여섯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살라 하산 알완(35)은 “경비대원이 되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힘을 국가를 돕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치하에 두 명의 남자 형제를 잃은 사리마 하페스 하산(35)은 “나에게 위험은 일상적인 것”이라며 “내가 나라를 돕지 않으면 누가 돕겠느냐”고 반문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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