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빈자리 가느니…’ 이승엽 베이징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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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성근 SK 감독은 얼마 전 “이승엽(요미우리·사진)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타격감을 되찾으라는 얘기가 아니었다. 요미우리의 오가사와라 미치히로가 일본 대표팀 합류가 유력한 상황에서 이승엽이 올림픽에 불참하면 1군 승격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12일 요미우리 구단으로부터 올림픽 출전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13일 스포츠호치와 인터뷰에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승엽의 결정은 애국심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타자’의 자존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4월 중순 타격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오면서 “서두르지 않고 완벽한 상태로 몸을 만들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왼손 엄지 통증이 잦아들면서 2군 타율이 3할3푼까지 올라왔지만, 구단은 여전히 “홈런이 뜸하다” “외국인 선수 1군 보유한도(4명)가 찼다”며 그의 1군 복귀를 늦추고 있다.

이승엽은 1군 엔트리의 빈틈을 파고 들어 ‘땜질’을 하기보다는 자신을 간절히 원하는 대표팀을 위해 뛰기로 결심했다. “부진에 빠진 나를 믿고 찾아주신 김경문 대표팀 감독께 고맙다”고 말한 데서 그의 오기를 읽을 수 있다.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이적 후 세 차례나 선택의 기로에 섰다. 좋은 결과를 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더 큰 명분을 택했다.

그는 2006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 조 딜런과 주전 1루수 경쟁을 하던 중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위해 팀을 떠났다. WBC에서 홈런 5방을 터뜨린 이승엽은 요미우리에 돌아오자마자 4번 타자를 꿰찼다.

지난 3월에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전 참가도 의외였다. 이승엽은 홈런 2개를 쏘아 올리며 맹활약했지만 엄지 통증이 재발, 시즌이 개막되자 부진했다. 이번에도 올림픽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승엽은 이번에도 예상과 반대로 움직였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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