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1980년대 초 판매됐던 '백수보험(연금보험의 일종)'의 소비자 303명이 힘을 합쳐 6개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단체 소송을 제기하도록 막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본지 4월 9일자 E2면). 당시 보험사들은 연간 1300만~1400만원의 확정배당금을 주겠다고 선전했으나, 막상 연금지급 시기가 되자 100만원밖에 못 주겠다고 해 문제가 불거졌었다. 趙국장은 "보험사와 소비자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보험 소비자 지킴이'를 자처하는 趙국장은 교보생명 상품개발팀장 출신. 1996년 그가 생명보험업계에선 최초로 만든 상해보험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이 3개월간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기네스북(2000년판)에 오를 만큼 잘 나가는 보험맨이었다.
하지만 복잡한 보험 약관 때문에 늘 소비자가 손해 보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중 뜻이 맞는 전문가들과 손잡고 상담 사이트를 운영하다 아예 회사를 박차고 나와 연맹을 만들었다.
"보험 관계자.변호사.교수 등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도와주고 있어요. 여기다 1만여명의 회원 중 10%가 자발적으로 연회비(2만원)를 내주신 덕분에 그럭저럭 살림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월급 한푼 못 받는 일에 매달리는 趙국장을 보고 주변에선 "미쳤다"고도 하지만 "보험을 잘 아는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그의 신념은 흔들림이 없다.
趙국장은 "여유있을 때 조금씩 모아 힘든 때를 준비하는 보험은 꼭 필요한 제도"라면서 "소비자들이 가입 전에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은 물론 여러 상품을 비교해보는 현명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신예리,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