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납치문제 진전 없인 지원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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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左>가 11일 회담장인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를 떠나고 있다. 힐 차관보 옆은 대북 특사로 승진 내정된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다. [베이징 AP=연합뉴스]

북핵 6자회담 이틀째인 11일 남북한과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참가국들은 각국의 핵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비핵화 실무회의’를 열어 세부적·기술적 방안을 논의했으나 검증계획서 마련은 난항을 겪었다.

또 대북에너지 지원 문제에서는 일본이 납치 문제를 이유로 불참 방침을 계속 고수하는 바람에 아무런 성과를 이뤄내지 못했다. 6자 수석대표들은 12일 최종 회의를 열어 합의 사항을 문서로 발표하고 회담을 끝낼 예정이다.

◇검증 각론에선 진통=검증 문제에 대한 1차 목표는 8월 11일까지 상세한 세부 계획을 담은 검증계획서(프로토콜)를 작성해 북한과 나머지 5개국들이 합의, 서명하는 것이다.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의회에 통보한 지 45일이 지나 그 효력이 발효되기 전까지 검증에 대한 완벽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검증은 ▶북핵 시설에 대한 방문 조사 ▶북한 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면접 조사 ▶핵 시설 관련 기록 추가 제출 등의 기본 원칙에 따라 이뤄진다. 수석 대표회담에서는 북한도 이 같은 원칙에 대해 큰 이견 없이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회담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검증 방안을 결정하는 비핵화 실무회의는 참가국 간의 견해 차가 좁혀지지 않아 난항을 겪어 검증계획서 작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검증 주체와 관련, 각국 대표들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검증에 함께 참여한다”는 원칙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증과 사찰에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참여에 대해선 북한이 소극적이다. 한 회담 소식통은 “북한이 반대 입장을 내비치긴 했지만 절대 불가란 입장은 아니었다”고 전해 앞으로 절충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검증 대상을 확정짓는 문제는 더욱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1992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이 사찰을 거부한 핵 폐기물 저장시설이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북한 핵 활동을 소상히 파악하기 위해선 폐기물에 대한 분석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폐기물 저장시설 등은 2·13 합의 등 기존 6자회담 합의에서 신고·검증이 의무화된 시설이 아니란 점을 들어 시설 공개와 검증 수용에 난색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지원은 ‘일본 변수’=사이키 아키다카 일본 대표는 회의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한 실질적 진전이 없는 한 대북 에너지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 등은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북한은 6자회담의 대원칙인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근거로 “에너지 제공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불능화가 늦어져 다음 수순인 검증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끝까지 지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다른 참가국들이 이를 부담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추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중국·러시아 등의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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