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 넘게 떨어졌는데 … 민변선 장사 잘된다고 거짓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서울 광화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두 달은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었다”고 울먹였다. 촛불시위 때문에 일상이 온통 헝클어졌다고 한다. 울분이 꽉 차 있었다. 그럼에도 A씨는 인터뷰 내내 ‘이름을 밝혀 더 피해를 보면 어쩌냐’며 걱정했다. A씨는 “괜한 노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공격을 받으면 어쩌냐. 성도 밝히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본지는 이런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익명 처리키로 했다. 편집자

11일 오후 2시, 섭씨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는 에어컨이 꺼져 있었다. 도로 쪽으로 난 창문만 모두 열려 있을 뿐이다. 식당 사장 A씨(47·여)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점심시간 이후 저녁 때까지 에어컨을 꺼 놓는다. 임대료도 못 내고 있는데 손님 없는 시간에 전기료라도 아끼려는 고육지책”이라며 한숨 쉬었다.

지난 5월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됐을 때 A씨는 ‘정부가 무분별하게 협상했다면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나서는데 어른으로서 창피하다’는 생각도 했다.

A씨의 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고생인 A씨의 삼남매는 거리로 나와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6월이 되자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후 10시에 퇴근해 마포의 집까지 가는 데 두 시간 반이나 걸렸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가게 앞 계단은 악취로 진동했다. 시위대가 대소변을 봐서다.

매출은 60% 이상 떨어졌다. 광화문 네거리를 경찰이 전경차로 막아 오후 5시 이후면 손님은 거의 없었다. 5월에 이어 6월에도 적자가 났다. ‘직원들 월급이라도 주자’는 생각에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드 하나로 두 달이나 밀린 임금을 주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카드 세 개로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A씨의 마이너스 통장은 바닥난 지 오래다.

인터뷰 중에도 A씨의 휴대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밀린 재료비와 월세를 독촉하는 전화였다. A씨는 이를 갚기 위해 며칠 전 아파트를 담보로 3000만원 대출 신청을 했다. A씨는 “‘참자, 참자’ 했지만 6월부터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혹시라도 상황이 나아질까 하는 절실한 마음에 촛불 반대 시위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A씨는 지난 6일 KBS-1TV ‘생방송 심야토론’을 보다가 격분했다. ‘벼랑 끝 대치, 정부와 촛불’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서 패널로 나온 민변의 송호창 변호사의 발언 때문이었다.

송 변호사는 토론에서 “장사 안 된다며 촛불 반대 시위에 참가했던 상인들은 광화문 상인이 아니다. 광화문 일대 식당들은 실제로 장사가 잘된다. 물건이 다 팔려서 일찍 문을 닫을 정도다. 한 달 동안 벌어들일 매출을 지금 하루 만에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민주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변호사들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 너무 화가 나서 송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했지만 연결조차 안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을 찍자는 기자의 요청에 A씨는 “그나마 조금 있는 손님마저 떨어지면 어쩌냐”며 고개를 저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A씨는 “촛불이 장기화되면 우린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이런 우리 사정에 대해 송 변호사를 꼭 만나서 이야기해 보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은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