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中.대만대립 군수산업만 살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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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중국과 대만의 대립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전쟁이란 대치상태만으로 승부를 낼 수 없다.하지만 현재로도 분명한 승자가 있다.바로 군수산업이다.양국간 대립이 첨예화되면서 군부는 국방예산을 더 많이 따내겠다고 아우성이다.근래 고도성장으 로 주머니가두둑한 두 나라 정부는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가면서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北京) 정부는 얼마전 러시아 최신예전투기 SU-27 24대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이에 맞서 타이베이(臺北)도 국방예산을 20% 늘릴 방침으로 알려졌다.대만의 한 국립대학 교수는『어느 쪽이든 약한 꼴을 보이면 곧바로 달려들 태세』라고 험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를 바라보는 외국의 눈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당사국 다음으로 양국간 전쟁가능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미국은 공교롭게도 이번 군비경쟁을 부추긴 주인공이다.미국은 79년 대만과 단교한 이후에도 대만의 무력증강을 최일선에서 지원해왔다. 지난주 상원청문회도 미국 정부.의회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공인하는 자리였다.대만은 지난 두달간 미국에 신형무기 구입주문을 다량 낸 것으로 서방전문가들은 추측했다.
중국의 대만침략이 임박했다고 보는 시각은 아직 없다.양국지도자들은 갖은 엄포를 내뱉는 와중에서도 『평화적이고 정치적인 해결을 원한다』는 수사(修辭)를 잊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이 현재와 같은 무기 대량구입을 통해 단박에 군사적 우위에 올라선다면 「모험」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게 미국 랜드연구소의 조심스런 관측이다.향후 5~15년후 이런 상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은 앞서 전투기 이외에도 잠수함.미사일을 확충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만이라고 가만있을리 없다.작년 대만 북부 해역에 중국 미사일이 떨어진 이래 중국에 맞먹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구입하기 위해 미국에 치열한 로비를 벌여왔다.미제 F-16,프랑스제 미라주 전투기도 다수 확보해 놓았다.현재 군사력은 중국이 단연 앞서지만 질적인 면에선 대만의 우위가 엿보인다.중국의 무기는 수십년전의 낡은 것이 많고 파일럿 등 전문군사요원도 태부족이다.하지만 중국이 현재의 국방근대화 작업을 완수하게 되면 질적인면에서도 조만간 우위에 설 것이 확 실하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결말은 군사적인 면보다 심리적인데서 날 수도 있을 것이다.대만이 대륙의 위협으로 벼랑 끝에 몰려 탈(脫)중국선언이라도 한다면 대만해협은 당장 포화에 휩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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