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富.배신얽힌 미스터리劇-성혜림씨 탈출 외국언론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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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각국의 언론은 14일 북한 김정일(金正日)의 동거녀 성혜림(成蕙琳)씨 일행의 서방탈출 사건은 북한에 대한 엄청난 타격이라면서 이 사건의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북한당국의 비용으로 사치스러운 유배생활을 누려온 전처(前妻)의 충성을 유지하지 못한 북한 당국의무능력은 굴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탈출한 成씨가 「경애하는 지도자」에서 「위대한 지도자」로 격상된 남편 김정일에 관한 정보의 보고(寶庫)일 수있다』면서 『金은 서방인사를 공개적으로 만난 적이 없고 그의 목소리가 라디오와 TV에서 단 한차례만 방송됐기 때문에 그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고 큰 관심을 나타냈다.
또 『북한은 지금까지 체제를 배신하고 탈출한 잔류가족에 대해가혹하게 처벌해 왔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조치하기 어렵게 됐다』며 『그 까닭은 김정일의 장남이자 최근 북한정권 내부에서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한 26세의 김정남이 바로 成씨 의 아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최근 북한으로부터 망명자가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식량부족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년내에 붕괴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成씨 탈출과 관련,북한문제 전문가인 김정원(金正源)박사는 『북한체제의 와해가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의 지도체제가 인민들로부터 받는 두려움을 계속 억누르고 있으나 이는 오히려 북한의 붕괴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이장규 특파원]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북한 특권층의 탈출은 북한의 경제난이나 권력투쟁에 그 원인이있다』고 분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한국정부가 스위스에서 행방불명된 成씨의 망명을 유도하기 위해 스위스 주변의 2~3개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도쿄=노재현 특파원] ▷로이터 통신은 『成씨 탈출로 평양당국은 심리적인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등으로 김정일의 정권장악력에 대해 여러가지 의문들이 제기되고있다』고 말했다.이밖에 AP.AFP등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이번사건이 권력과 부( 富),배신이 얽히고 멜로적 요소도 가미된 미스터리 드라마같다고 지적하면서 成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더 경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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