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一流化현장>렌즈생산업체 부원 광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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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당신의 생산량은 일본의 경쟁자보다 몇개 모자랍니까」.
부원(富源)광학은 팩시밀리.복사기등 사무기기의 눈이자 첨단기술 제품인 「렌즈」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학제품 본산지 일본에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따라서 아침마다 일과직전 열리는 팀별 생산회의는 일본과의 비교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는 1백20여 소규모 임대공장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부천시 삼정공단에 있다.건물은 낡고 허름하지만 겉보기와는 달리 보기드문 「세계 일류화」현장이다.생산직 사원들의 손길은 얼핏보면 단순작업 같지만 새끼손톱 크기만한 렌즈의 표면 요철(凹凸)오차를 1만분의 1㎜까지 줄이는 정교한 생산기술로 길들여져 있다. 이 회사 박춘봉(朴春逢.62)사장은 『렌즈는 생산시스템에서 승부가 납니다.오차없는 품질을 균일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지요.사원들의 생산감각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우리 광학산업은 쌍안경.카메라등 교환렌즈 분야에선 한때 세계시장을 주도했다.그러나 대한광학.삼양광학등 대표적 기업이 83,91년에 각각 도산한 이래 국내 광학산업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기술력이 낮은 단순제품이어서 후발 중국등에 밀 린 때문.
『렌즈시장이 카메라.사무기기에서 고부가 폐쇄회로(CC)TV렌즈쪽으로 중심이 이동되고 있어 거기에 승부를 걸 생각입니다.』朴사장은 92년 팩시밀리 렌즈를 개발해 2년뒤 일본굴지의 광학회사인 교세라사에 납품할 때까지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듭했다.샘플로 보낸 제품이 통째로 불량판정을 받는가 하면 생산성도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시스템을 선진화하고 30여종의 렌즈를 잇따라 개발해내면서 일본 동종업체들과 어깨를 겨루게 됐다.
특히 국내 중소기계업체들과 공동개발한 「로봇 렌즈연마기」는 일본 것보다 오히려 성능이 우수해 거래업체인 일본 교세라사를 놀라게 했다.지난해 일본에 수출한 렌즈는 1백만달러어치.이 회사 매출의 40%다.수출비중이 높은 만큼 현장은 늘 긴장감이 감돈다. 『일본업체에 생산성마저 뒤지면 살길이 없습니다.여차하면 중국등으로 거래처를 옮겨버릴 테니까요.』 허택(許澤)공장장은 항상 납기보다 1주일 빨리 선적하려고 생산일지를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다.부원광학은 이를 위해 생산직 전사원 40명중 상당수를 일본 업체들에 연수보내고 있다.또 일본 광학기술전문가를 초빙하는등 일본 앞지르기에 있 는 힘을 쏟고 있다.
부천=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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