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주, 외국인은 “Sell”… 증권사는 “Bu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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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 행진이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다. 8일에도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5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거래일 기준으로 지난달 9일 이후 22일 연속 순매도 행진이다. 그중에서도 정보기술(IT) 업종이 표적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시작된 이후 거래소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순매도 금액은 2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순매도 금액 6조원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외국계 증권사의 혹평=그동안 IT 업종은 하락하는 증시를 떠받쳐 주고, 앞으로 반전을 이끌 선봉장으로 꼽혔다.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국내 증권사의 하반기 추천 종목에는 예외 없이 IT 업종이 끼었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IT 주식들을 내다파는 것을 두고 그동안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의 시각은 달랐다. 최근 JP모건은 LG전자의 목표주가를 16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낮췄다. 씨티그룹은 LG디스플레이에 대해 매수추천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6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끌어내렸다. JP모건도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낮췄다. UBS는 4일 IT 대장주 삼성전자의 실적 압박이 우려된다며 매도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54만원으로 제시했다. 당시 주가(61만6000원)보다 12%나 낮춰 잡은 가격이다. UBS는 그 근거로 삼성전자의 가장 큰 시장인 유럽과 둘째로 큰 시장인 한국의 가계소비가 위축돼 영업실적이 추락할 거라는 점을 들었다. D램 반도체도 내년까지 초과 공급 상태가 계속돼 영업 마진이 2%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LCD TV 시장에서 소니와의 경쟁이 심화된 것도 실적 악화의 이유로 꼽았다. 환율 상승 추세도 이제 끝났다는 게 UBS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8조9000억원, 내년엔 7조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10조~11조원의 이익을 낼 것이란 국내 증권사들의 시각과 상당한 차이다.

◇국내 증권사 반박=혹평이 나오자 주가는 급락했다. 5월 76만4000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8일 59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이날 매도 주문은 크레디스위스와 UBS,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약세장에서 위험을 안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가격을 후려쳤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에 대해 가장 높은 주가 전망을 제시한 키움증권 김성인 연구위원은 “유럽의 TV 시장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필립스와 샤프가 더 큰 타격을 받으면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3~5% 늘어난 것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도 생산비용 역시 35%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여 마진은 10%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IT 업체에 대한 전망도 마찬가지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승호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 선진국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율 효과가 계속되는 데다 신흥국 수요도 높을 것으로 보여 IT업체의 올 실적은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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