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인 윌슨병 이기고 경희大 국문과 합격 고은영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나처럼 병들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몸에 구리성분이 쌓이는 난치의 「윌슨병」으로 1년7개월간 식물인간이 됐다 깨어난 장애인 여학생 고은영(高銀令.22.경기도안산시사동)양이 5일 경희대 국문과 등록영수증을받곤 환하게 웃었다.
高양이 수능성적 118.7점으로 장애인특례전형에 합격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때문에 등록을 포기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이자 안신시 시민단체들이 성금을 걷어 이날 등록금을 지원해준 것.
발병률이 10만명에 1명꼴로 희귀한 윌슨병 환자인 高양은 얼굴근육이 마비되고 손은 쉴새없이 떨리며 보조대없이 걸을 수 없는 장애인이다.高양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중학1년때인 88년.
초등학교부터 줄곧 전교 1,2등을 다툴 정도의 수재였던 高양은 몸이 돌처럼 굳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의식까지 잃어 식물인간으로 지내야 했다.
90년 봄 2년여동안 하루도 빼지않고 새벽기도를 올리며 지성을 다한 高씨부부의 정성 덕분인지 高양은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하기 시작했다.의식을 회복한 高양이 힘겹게 떠듬떠듬 던진 첫마디는『학교에 가고 싶어요』였다.91년 장애인특수 학교 「명혜학교」에 입학한 高양은 쉬는 시간에도 책을 놓지 않았고 틈만나면 글씨쓰는 연습을 했다.5년내내 전교1등도 놓치지 않았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