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의 마이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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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20면

국제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주엔 우리가 주로 수입해 쓰는 두바이유 가격도 배럴당 140달러를 넘어섰다. 연내 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일 쇼크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데 이미 마이카 시대에 들어선 우리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승용차 보유자라면 주유소에 갈 때마다 지갑이 얇아진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는 고유가 시대를 대비할 차가 어떤 게 있는지 알아봤다.

자동차업체들은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계기로 대체 에너지 차량 개발에 힘써 왔다. 동력원으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카가 대표적으로 90년대 들어 상용화가 본격화됐다.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쓰는 수소자동차와 전기를 쓰는 전기자동차도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우리 주변에서 볼 날이 머지않았다.
그렇다고 120여 년 역사를 지닌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가 호락호락 자리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기존 차의 연비(燃費) 향상 노력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젤차의 연비 개선 여지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점에서 미 ‘JD 파워’는 세계적으로 승용차 중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3.6%에서 10년 뒤엔 31.5%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기존 차와 대체 에너지 차 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대체 에너지 차는 아직 보급이 미미해 닥쳐온 오일 쇼크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당장 시급한 것은 기름을 아껴 쓰는 노력이다. 급출발·급제동하는 운전 습관만 바꿔도 상당한 절약 효과가 있다. 무심코 트렁크에 둔 골프채나 레저장비 등을 빼내 차 무게를 줄여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짠돌이 운전법을 습관화해야 한다.

차를 바꿀 때 다운사이징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차가 작아질수록 기름 소모량도 적어진다는 것은 모두 아는 상식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유럽이나 일본에 가 보면 소형차가 거리를 메우는 모습을 본다. 특히 일본은 경차(輕車) 천국이다.

지난해 일본에 등록된 승용차 7600만 대 중 2500만 대가 경차로 보급률이 33%나 된다. 우리나라 경차 보급률(6.3%)의 다섯 배가 넘는다. 개별소비세·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주고 통행료·주차요금을 할인해 주는 데도 그렇다. 작은 차를 외면하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를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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