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본사 이전 놓고 또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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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수력원자력㈜의 본사 이전지를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백상승 경주시장이 본사 이전지를 공론화한 것. 때문에 도심 이전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전 예정지인 양북면 장항리를 비롯한 양북·양남면과 감포읍 주민들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전지 논란은 장항리로 결정된 2006년 12월 직후와 지난 4·9총선 때 뜨거웠다.

◇왜 논란인가=백 시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한수원 본사의 이전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부지 논의가 너무 오래 가면 거론 자체가 거추장스러워진다”면서 “조만간 결정해야 한다”고 공론화를 제기했다. 그는 “본사의 시내권 이전을 공약한 김일윤(구속 기소) 국회의원의 활동이 자유롭지 않아 결국 시장이 나서고 민간단체가 앞장서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동경주와 시내권이 조건없이 합의하면 정부에 건의할 수 있다”는 종전 입장보다 더 적극적인 발언이다.

이 발언 뒤 백 시장이 국회의원 보선 출마를 노린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시내권 단체의 지지를 얻어야 당선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내권 이전을 주장해 온 단체들은 다시 이전지 재검토 운동에 나설 태세다.

각계 인사 80여 명으로 구성된 경주국책사업추진협력범시민연합의 조관제(66) 상임대표는 “경주 발전을 위해 본사는 시내권으로 와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다시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이전지 결정 전후 10만 명 서명을 받아 한수원에 건의하는 등 시내권 이전을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이들은 이전지로 결정된 장항리 예정지(15만7142㎡)는 좁아 두산중공업 등 유관 기업의 이전이 불가능하고 시내권과 멀어 파급 효과가 반감된다는 논리다.

◇주민 반발 거세=백 시장의 발언에 장항리 주민 등은 발끈하고 나섰다. 주민 임천택(49)씨는 “방폐장 유치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해 놓고 이전지를 다시 논의하자는 건 말도 안된다”며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양북면발전협의회 임병식(60) 회장은 “시장이 이랬다 저랬다 하니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양북면 주민과 작목반, 사회단체는 2일 대책회의를 열고 집단 행동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장항리는 방폐장이 건립되는 봉길리와 8㎞가량 떨어져 있으며, 동경주 주민들은 본사 유치를 위해 2006년 말 극렬 시위를 벌였다.

한수원 측은 “장항리와 인근 주민의 동의가 있으면 이전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본사이전추진실 사옥건설부 이영진(46) 과장은 “늦어도 8월까지는 결말이 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본사 이전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 한수원 측은 “현재 공익사업 인정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행정 절차가 늦어지면 법상 명시된 2010년 7월 이전 완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경주시가 제시한 후보지 10곳 가운데 장항리를 결정한 한수원은 ▶이전지 협소▶직원 반대 여론 등을 내세워 이전지 재론을 반기는 분위기다. 새 이전지는 건천읍 화천리 KTX 경주역사 인근 등을 꼽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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