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존웨인의 기병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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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주연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서부극의 변신이 거듭되고 있다.남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눈물흘리던 여자들이 못된 남자들을 향해 총을겨누는 『나쁜 여자들』『버펄로 걸』,전설적인 보 안관을 충실히재현한 『와이어트 어프』『툼스톤』,흑인이 주인공인 『파시』,현란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퀵 앤 데드』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정의의 사나이가 외로운 투쟁끝에 악당을멋지게 해치운 뒤 사랑하는 여인의 호소를 뒤로 하고 쓸쓸이 떠나간다는 정통 서부극이 진짜같다.컴퓨터 게임이나 즐기는 마마보이들이 늘고 있는 이 시대에 카리스마적 남성미가 넘치는 서부 사나이가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서부극의 명콤비 존 포드 감독과 존 웨인이 만든 『존 웨인의기병대』는 남북전쟁이 배경이다.그랜트 장군은 말로 소령(존 웨인)에게 남군 기지로 들어가 보급로를 차단하라는 명령을 내린다.철도노동자 출신의 말로는 명석한 판단과 총상을 견뎌낸 용맹으로 3개 기병연대를 이끌고 3백마일을 행군,역.철도.다리를 폭파시켜 북군 승리에 큰 공을 세운다.
말로를 돋보이게 하기위해 헌신적인 군의관 켄달 소령(윌리엄 홀덴)이 등장한다.자신의 임무를 위해 한치의 양보도 않는 두 사나이는 위태로운 상황을 함께 넘기면서 어느덧 서로 존경하게 되고,헤어질 때는 멋진 농담까지 주고받는다.아름다 운 여성도 빠질 수 없는데 금발머리의 콧대 센 아가씨 해나(콘스탄스 타워스)는 양키를 증오하는 남부여인으로 이들의 작전을 염탐하다 포로가 된 후 거친 행군을 함께 하며 말로와 사랑에 빠진다.
인물 구성이나 갈등이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오히려 그래서마음에 쉽게 와닿는다.유머와 페이소스,상처를 품은 인물 묘사는요즘 감독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미덕.존 포드의 영화가 대개그러하듯 스케일이 크며 싸움 장면이 특히 돋 보이고 행진곡풍 남성합창이 박력을 더한다.윌리엄 크로디어의 카메라는 몇몇 장면에선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실화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엄격한 의미에서 서부극이라고 하긴 어렵다.그러나 대평원을 배경으로 선악의 대결,이를 헤쳐나가는 사나이의 용기와 우정,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그리고 정의의승리라는 점에서 광의의 서부극으로 생각할 수 있 겠다.보다 정통적인 서부극을 원하는 사람은 최근 출시된 『OK 목장의 결투』나 『빅 컨추리』를 찾아보길.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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