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베트남·파키스탄 연기금 등으로 증시부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아시아 일부 국가가 연기금 등을 동원한 증시 부양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대만·베트남·파키스탄 등이 연기금이나 증시안정기금을 통해 시장 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30일 보도했다. 올 들어 MSCI아시아·태평양지수가 13% 하락할 정도로 이 지역 증시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1992년 일본 버블 붕괴(-23%)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대만은 이날 정부가 운용하는 4개 펀드를 동원해 99억 달러를 증시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대만 증시는 연초엔 강세를 보였으나 5월 20일 마잉주 총통이 취임한 이후 20% 하락했다. 4일에는 경제부처와 중앙은행 간부들이 만나 5000억 대만달러(약 164억 달러) 규모의 증시안정기금을 투입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증시안정기금은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면 주식을 사들여 증시를 지지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앞서 2004년 총통 선거 후 증시 안정을 위해 이 기금을 사용한 바 있다.

올 들어 시가총액의 3분의 2가 날아간 베트남도 금융 당국이 증시안정기금을 만들고 있다고 현지 관영 언론이 전했다. 베트남 VN지수는 30일까지 6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 400선 회복을 눈앞에 두게 됐다. 4월 이후 시총의 3분의 1이 날아간 파키스탄에서는 300억 루피(약 4억4200만 달러)의 증시안정기금을 투입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아시아국 정부의 증시 개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콩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일본도 1991년 버블 경제가 붕괴된 뒤 수년간 주식을 사들였다. 그러나 인위적 증시 부양의 효과는 엇갈린다. 홍콩은 통화 방어에 성공한 반면, 일본은 정부의 주식 매수에도 불구하고 닛케이지수가 여전히 버블 때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홍콩 베어링자산운용의 키엠 도 멀티에셋 부문 대표는 “주식이 충분히 싼 상태에서 정부가 증시에 개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이면 좋고, 최대 15배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대만은 PER이 11배, 파키스탄과 베트남도 각각 14배와 10배이기 때문에 개입하기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