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홍콩산 의류 국내에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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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유럽풍의 브랜드명,라벨에 표기된 원산지는 중국,가격은 국내 중저가 캐주얼의류와 비슷한 수준.
백화점에서,학교앞 점포에서 젊은이들이 무심코 사입으면서도 그정체가 알쏭달쏭했던 이 옷가지들은 실은 홍콩 국적의 수입 의류.지난해 하반기 이후 10대후반에서 20대중반 신세대들을 겨냥한 홍콩의 캐주얼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현재 소비자들에게 선보인 홍콩 캐주얼 브랜드중 대표적인 것은㈜한화유통이 수입한 「보시니」,㈜지오다노코리아의 「지오다노」,㈜메트로프로덕트의 「유투」,㈜개빈코리아의 「개빈」.올 2월부턴여기에 ㈜빌리지인터내셔널의 「코지」까지 가세할 예정이다.
유통시장 전면개방과 병행수입 허용 방침에 따라 직수입이나 라이선스 형태의 외국 브랜드 도입은 갈수록 가속화하는 추세.
지난 한햇동안만 해도 1백50여개의 신규 브랜드가 국내에 진출했고 수입 의류는 현재 총 1조원 안팎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최근의 홍콩 캐주얼 브랜드 수입 바람이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는 이들 의류가 중저가 가격대라는 것.
흔히 수입의류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고급스럽고 사치스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대체로 진.코듀로이 바지등 바지류가 3만~4만원선,모 1백%스웨터가 2만~4만원선.재킷도 10만원 미만의 가격표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 의류는 원래 홍콩에서도 청소년층이 부담없이 사입을 수 있는 저가 브랜드들.
홍콩내뿐 아니라 일본.동남아시아등 각국에 수출되고 있어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데다 인건비가 싼 중국에 생산시설이 있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게 국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구미 유명의류들을 생산해본 경험이 축적돼 값에 비해 봉제기술과 디자인면에서뛰어나다는 평.
국내 수입선들은 저마진.다량판매라는 방침아래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업체별로 올해중 전국 매장수를 최고 다섯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소비자들이 더욱 쉽게 이들 브랜드를 접할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홍콩 캐주얼 브랜드 수입을 두고 일부에서는 저가 의류까지 수입해야 하느냐,비슷비슷한 브랜드들을 무분별하게 들여와 이문도 안남는 「제살깎기」경쟁을 벌이는 것은 아니냐하는 비난을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에서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홍콩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의 구매층을 주소비자들로 설정하고 있는 국내 10여개 중저가 브랜드 관계자들은 『개방이라는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와 제품 질을 개선하는 것 말고 별다른 대책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 고 있다.
어쨌든 소비자들로선 같은 값에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길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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