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Life] 투명교정 전도사 … 세계 10개국서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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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년의 절반을 해외에 체류하고, 환자 진료보다 강의시간이 더 긴 개원 의사가 있다. 김태원(47·사진) 치과 원장은 외국 치과계에선 꽤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에도 미국교정학회 학술대회에서 강의를 하고, 이어 러시아를 다녀왔다. 미국교정학회는 매년 전 세계 치과의사 3만여 명이 모이는 매머드 학회. 2002년부터 시작된 해외 원정 강의는 이미 80여 회를 넘었고, 나라도 미국·독일·일본·러시아·스페인·호주·오스트리아·터키 등 10여 개국으로 늘었다.

외국 치과의사들이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그에게 받는 교육의 주제는 ‘투명교정의 이론과 실제’.

“2001년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설측교정학회에서 치료 증례를 발표했습니다. 이때 관심을 보인 의사들이 다음 해 ‘종일 코스’의 교육을 요청해 왔어요. 이후 각 나라에서 요청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투명교정은 바이오 폴리머(수지)로 만든 탈착식(끼웠다 뺐다 함)이다. 모자처럼 이 전체를 덮어씌워 치아를 이동시킨다는 원리다.

“기존 고정식 교정은 불편하고, 치아 손상도 우려됩니다. 치아에 붙이는 견인 장치로 특정 부위에만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교정기간이 길고,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흠입니다.”

투명교정에 대한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제작 과정이 복잡하고, 실패율이 높아 대중화하지 못했던 것. 그는 의사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투명교정의 모든 과정을 과학적으로 체계화(매뉴얼화)했다.

“투명교정은 환자에게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식사 또는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 잠시 뺄 수 있습니다(성인 하루 14∼17시간, 어린이 8∼10시간 장착). 또 두께가 0.3∼0.4㎜로 소재가 투명해 장착해도 눈에 잘 띄질 않죠. 무엇보다 치아 이동이 안정적이고 빠르다는 겁니다.” 교정기간이 3개월에서 길어야 8개월이고, 치아에 가해지는 힘이 고루 전달돼 치아 손상 우려가 적다는 것.

그의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상업성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

“2000년 외국계 투명교정 회사가 생겼습니다. 저희와 다른 점은 기성품과 수제품의 차이입니다.” 기성품은 의사가 처방해 주문을 하면 회사에서 모형을 떠 만들어 보내는 방식. 반면 수제품은 직접 치과의사가 진단에서 제작까지 진행한다. 그만큼 환자의 구강 상태와 치아 변화를 세밀하게 보형물에 반영해 실패율을 최소화한다는 것. 가격도 기성품의 절반에서 4분의 1 수준이다.

그는 현재 러시아판 교재를 제작 중이다. 미국·일본·유럽판에 이은 네 번째 저술. 2006년 발간한 일본어판은 1만8000엔이지만 초판 3000권이 매진될 정도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는 “강의를 할 때 일본사람으로 오해받는 것이 싫었다”며 “한국이 교정치료 분야에서 가장 앞선 나라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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