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뉴욕시장의 발로 뛰는 除雪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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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 동부를 완전 마비시킨 70여년만의 폭설로 미국에서 가장부지런하고 바빴던 인물로 루디 줄리아니 뉴욕시장이 꼽혔다.
지난 6일부터 시작해 8일까지 계속된 눈은 뉴욕시에만 1억이쌓였다. 줄리아니 시장은 8일 하루종일 뉴욕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제설작업을 독려하고 작업반을 격려했다.
그는 눈길에 강한 4륜구동 지프를 타고 곳곳을 헤매다시피 했다. 방송들이 그의 휴대전화번호로 통화하면 줄리아니 시장은 작업반들의 「영웅적 제설작업」을 즉각 소개해 청취자인 시민들에게시내 제설상황을 자세히 알렸다.작업반들의 사기를 높이는 일이었다. 시장의 이같은 부지런함 뒤에는 뉴욕시 유권자들의 시장에 대한 가차없는 평가와 투표를 통한 판정이 도사리고 있다.이른바「린지 원칙」이다.
뉴욕시장은 제설작업에 실패하면 낙선한다는 것이다.
존 린지 전뉴욕시장은 재임중 폭설이 내렸을때 도심에서 떨어진시외곽도로 제설작업을 제때에 하지 못했다가 다음해 여지없이 낙선했다. 뉴욕시민들은 시장의 정치철학이나 신념은 부차적이고 시민생활을 얼마나 안전하게 마련해 주느냐에 일차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현상은 최근 연방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빌 클린턴 대통령과 공화당간의 균형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싸움으로 연방정부가 업무중단상태(셧다운)에 이르렀을 때 냉정함을 유지했던 클린턴이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당시 ABC-TV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지지 응답자는 72% 인 반면 공화당은 21%뿐이었다.
이유는 공화당이 국민생활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일관했다는 것이었다.지난주 해제된 21일간의 제2차 셧다운과 관련,NBC-TV 여론조사는 지지도에서 공화당의 보브 돌 상원의원이 51%,클린턴이 42%로 크게 역전됐다.이번 인기도 역전은돌 의원이 막바지에 이르러 전국민을 불편하게한 셧다운 해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노력한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미국 국민은 표로공직자를 독려하고 있다.
진창욱 위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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