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홀의 장애인 드러머 김응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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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영국의 헤비메탈 그룹 「데프 레파드」의 드럼주자 릭 앨런은 놀랍게도 외팔 드러머다.
인기절정을 구가하던 84년 교통사고를 당해 불행히도 왼팔을 잃었지만 그는 장애를 극복하고 치열한 노력끝에 자기만의 방법을개발해내 재기에 성공,세인들을 놀라게 했다.지난해말 『메이드 인 코리아』란 음반을 발표,인기가 치솟고 있는 국내 헤비메탈 그룹 「블랙홀」의 드러머 김응윤(29)도 장애인이다.릭 앨런과다른 점이 있다면 신체적인 장애가 아니라 선천적인 정신박약이란점.집을 찾아갈 수 있는 주소도 외지 못한다.외형을 봐도 발육부진으로 키는 153㎝에 불과하 고 손도 조막손에 가까울 정도로 작다.그럼에도 음악전문가들은 그를 국내의 대표적인 록 드러머로 꼽는데 큰 이견이 없다.『드럼을 치는 파워와 스피드는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
평소에는 초점을 잃은 듯한 눈빛이지만 일단 스틱(드럼채)만 잡으면 그는 신들린 듯 드럼을 두들긴다.박자 한번 놓치는 일이없이 정확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그의 장애는 어머니 高모(51)씨가 임신중 항생제를 과다복용하는 바람에 비롯 됐다.5살때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들으며 젓가락 반주를 멋드러지게 해냈을정도. 이를 눈여겨 봐둔 그의 부모들은 국민학교를 7년만에 졸업한 그에게 음악의 길을 걷게 했다.14세때부터 무명악사들을 따라다니며 지방의 유흥업소를 전전한 그는 91년 「블랙홀」의 리더 주상균을 만나 현재에 이르게 됐다.
『음악이 좋아요.언제까지나 음악만 하고 싶어요.』더듬거리는 목소리였지만 음악에 대한 그의 정열은 또렷하고 강렬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글 =이승녕 기자 사진=김 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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