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저축銀 "예금 너무 몰려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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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상호저축은행에 예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상호저축은행은 돈 굴릴 곳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2월 말 현재 예금 규모가 28조870억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2조6447억원 늘어난 반면 대출 규모는 24조9893억원으로 2조1029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5일 밝혔다. 예금이 대출보다 더 빨리 늘고 있는 것이다.

예금 고객은 같은 기간 174만명에서 187만명으로 13만명 늘었지만 대출 고객은 168만명에서 162만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한국저축은행 경영조정실의 고원용 팀장은 "시중은행처럼 상호저축은행도 1인당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예금 고객이 몰리고 있다"면서 "상호저축은행 여러 곳에 5000만원 이하로 분산 예치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 추세와 경기침체 때문이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이라는 특성상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금리로 예금을 받아 대출도 높은 금리로 해주고 있다"면서 "최근 시중은행의 금리인하로 예금 고객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상호저축은행으로 옮기고 있지만 대출 고객은 고금리를 꺼려 상호저축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금리는 시중은행이 연 4%대이지만 상호저축은행은 연 6%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대출금리(아파트 담보)는 시중은행이 연 6~6.5%인데 비해 상호저축은행은 연 10~13%로 3.5~7%포인트 높다.

여기에다 경기침체로 상호저축은행에서 운전자금을 빌리려는 영세상공인이 크게 줄면서 상호저축은행이 예금으로 들어온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마음저축은행의 연태곤 과장은 "대출되지 않고 남은 예금은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 와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호저축은행은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을 90%로 늘리는가 하면,대출담당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면서 대출을 '부탁'하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상호저축은행은 돈을 운용할 곳이 마땅치 않자 아예 예금 받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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