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舊臘-지난해 12월을 가리킴 臘祭에서 유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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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갑골문(甲骨文)을 보면 舊는 (새의 귀깃.耳羽),추(새 추),臼(새집.巢)의 결합이다.곧 귀깃 달린 새(추.환)가 둥지(臼)위에 앉아 있는 형상으로 「부엉이」를 뜻했다.따라서 舊의 본디 뜻은 「부엉이」다.
후에 「舊」가 「옛날」을 뜻하는 말과 발음이 같아 그만 신구(新舊)의 「舊」로 엉뚱하게 전용(轉用)되고 말았다.이렇게 「음」이 같아 빌려쓰는 것을 가차(假借)라고 한다.
이제 다시 「부엉이」를 뜻하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야 했는데알다시피 이놈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빈둥빈둥 놀기만 하므로 새를뜻하는 鳥에 休(놀 휴)자를 덧붙여 지금의 휴(부엉이 휴)자를만들었다.舊殼(구각.옛 틀),舊式(구식),舊 態依然(구태의연),親舊(친구)가 있다(「復舊」참고).
臘은 본디 月(肉)과 獵(사냥할 렵)의 결합이었는데 너무 뚱뚱했으므로 살짝 다이어트해(을 생략) 지금의 臘자가 되었다.따라서 臘의 본디 뜻은 「사냥해온 고기」다.
옛날 중국에서는 매년 12월 초8일이 되면 마을 공동으로 사냥해 제사를 지내는 납제(臘祭)의 풍습이 있었다.그 날을 납일(臘日)이라고 했다.그런데 처음에는 조상에게만 제사를 올리다 차츰 그 대상이 확대되는 바람에 납일 하루로는 부 족해 자꾸 늘리다 보니 12월 한달이 온통 납제의 달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臘은 「음력 12월」을 뜻하게 되어 납제에 사용했던북을 납고(臘鼓),고기를 납육(臘肉),12월에 피는 매화를 납매(臘梅),연말의 모임을 납회(臘會)라고 부르게 되었다.「舊臘」은 「지난 12월」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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