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6형제 '한지붕 多가구'공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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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대그룹의 이번 2세체제 구축은 무엇보다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형제및 자녀들의 그룹 경영권에 관한 교통정리가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그룹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도놀랐다』면서도 『앞으로는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같다』고 말했다.정몽구(鄭夢九)회장.정몽헌(鄭夢憲)부회장의 쌍두마차체제,현대자동차의 분할 경영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번 인사는 이미 예견돼왔던 것이기는 하다.그러나 전격적인 발표를 통해 공식 확정됨으로써 그룹내 경영구도가 확연해 졌고 이는 일반 임직원들 입장에서도 새로운 기분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鄭명예회장은 아들인 몽구씨가 대권을 이어받았다고 해 완전히뒤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80세의 고령이나 사업에 관한 집념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룹을 대표하는 외부활동이나 그룹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업무등은 신임 회장이 맡게 돼 鄭명예회장의 행동반경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적어도 신임 회장체제가 굳어질 때까지는 경영지도.자문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 이 일반적이다. 이번 2세승계 자체가 鄭명예회장의 「고독한 결단」에 의해 이뤄진 만큼 정몽구회장 체제가 빠른 시일안에 정착되는 것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鄭명예회장은 이북에 있는 고향 방문과 투자에 대한 고집스런 집념을 여전히 불태우고 있다.
그는 최근에도 형제들을 불러 고향방문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통일원에 본인과 동생들의 방북을 허가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다.
…정세영회장도 그룹 회장직에선 떠났지만 완전히 재계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다.
「포니鄭」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현대자동차에 관해서는 창업자라는 자부심과 함께 「걸어다니는 사전」역할을 해온데다 외아들인 몽규(夢奎)씨가 현대자동차 부사장에서 회장으로 3단계를뛰면서 경영권을 잡게 됐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그룹회장에서 물러날 경우 자동차 명예회장으로남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그의 자동차에 대한 집념은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이와관련,그룹내에서는 아직 경륜이 부족한 몽규씨가 자리잡을 때까지는 정세영회장이 이 회사에 대한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며그룹경영에서 손을 뗀 만큼 오히려 자동차쪽에는 홀가분하게 더 세세히 신경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무실도 당분간 기존 서울 계동사옥 회장실을 그대로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몽구회장을 비롯한 2세들 가운데에서는 정몽구회장외에 몽헌.몽규.몽혁(夢爀)씨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정몽구회장의 친동생인 정몽헌회장은 현대전자의 성공을 바탕으로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이번에 그룹 부회장겸 현대건설.
현대상선 회장으로 임명됐다.
또 사촌동생인 몽규(정세영회장 아들)씨는 현대자동차 회장으로,몽혁(故정신영회장 아들)씨는 현대정유및 현대석유화학 사장으로각각 승진됐다.
이에 따라 이들 2세들은 정몽구회장을 정점으로 계열사를 나눠맡는 「한지붕 여러가족」형식의 경영 구도를 갖추게 됐다.
…인사의 틀은 鄭명예회장이 지난 22일 홀연히 강릉으로 떠나24일까지 그곳에 머무르며 세운 「강릉」구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6인 운영위가 임원 인사안을짰으나 강릉에서 돌아온 鄭명예회장은 이를 거들 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구상내용을 구술,2세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는 것.그러나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최종적인 결정은 28일 오전11시10분쯤』이라고 말해 산고(産苦)도 있었음을 시사.
민병관.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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