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토끼 다 잡겠다” 오바마 경제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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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출을 늘리겠다. 기업의 법인세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해 보겠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정부 지출 확대-기업 법인세 감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보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공장 밀집 지역으로 흑인 노동자가 많이 살고 있는 미시간주 플린트의 오바마 선거유세 차량 안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내내 차량 밖 대형 스크린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US오픈 연장전에서 우승하는 장면이 중계됐다. 오바마는 “미국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기 부양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시에 승자독식 사회에서 경쟁을 하다 뒤처진 이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화와 함께 기술 발달로 인한 공장 자동화로 노동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며 “정부가 개입해 소득 재분배 정책 등을 통해 부를 평등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가 집권하면 세금이 늘어 기업 활동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공화당의 공격을 의식한 듯 법인세 관련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기업 법인세 감면 정책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선점한 공약이다. 오바마는 “법인세 감면이 꼭 경제 성장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유능한 로비스트를 고용해 법인세를 회피하는 일부 기업이 있는 상황에서 모든 기업에 고른 기회를 주기 위해 법인세 감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에 대해 보수적인 성향의 WSJ는 비판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오바마의 정부 지출 확대 공약은 1992년 빌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내세운 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 요지다. 클린턴 행정부 집권 초반 로버트 라이히 노동장관은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노동자 보호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러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은 정부지출 확대는 정부 재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루빈 장관의 의견을 따랐다. 루빈 장관이 내세운 정부 재정 건전성 확보는 클린턴 집권기 경제 호황의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SJ는 “오바마가 루빈과 라이히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며 “정부 지출 확대 공약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이를 시행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매케인 측도 법인세 감면과 관련한 오바마의 발언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매케인 진영에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더글러스 홀츠-이킨 전 의회예산국장은 “오바마는 기업 법인세 감면과 관련해 지금껏 구체적인 수치를 밝힌 적이 없다”며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앨 고어, 오바마 지지=앨 고어 전 부통령이 결국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민주당 대선 경선 기간 내내 중립을 지켜 왔던 고어 전 부통령은 1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조 루이스 아레나에서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그동안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오바마 후보 사이에서 지나치게 줄타기를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처음으로 50%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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