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梁上君子-들보위에 도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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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후한(後漢)말의 진식(陳寔)은 태구현(太丘縣.현河南省 永城縣서북)의 현장(縣長)이었다.백성을 잘 돌보았으므로 명망이 자자했다. 어느날 밤,책을 읽고 있는데 한 사내가 몰래 들어와서는대들보 위에 쪼그리고 앉는 것이 아닌가.도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식은 모른 척 하고 책을 계속 읽다가 한참이 지나 아들과 손자들을 불러 모은 다음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란 본디 착한 것.혹 나쁜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본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 뿐이다.대들보 위에 있는 저 군자(梁上君子)처럼 말이야.」 도둑은 깜짝 놀랐다.자신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점잖게 꾸짖는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대들보에서 내려와 땅에 넙죽 엎드려 사죄했다.
『어떠한 벌이라도 달게 받겠나이다.』 그러자 진식이 말했다.
『자네는 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네.아마 가난 때문에 이런 짓을 한 것이겠지.』 그리고는 비단 두 필을 주어 돌려 보냈다.이 일이 있고부터 그 고을에는 도둑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梁上君子는 「도둑」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그런데 대들보 위에 올라가는 것에는 쥐라는 놈도 있다.
그래서 梁上君子는 「쥐」를 뜻하기도 한다.
후에 진식은 84세의 나이로 죽었는데 그의 인품을 흠모한 나머지 문상객이 3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군자(君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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