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돌로레스 클레이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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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3일 호암아트홀에서 개봉하는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미국의베스트셀러작가 스티븐 킹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다.
공포미스터리의 대가 킹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작가중한 사람.『캐리』『괴물』등 끔찍한 공포영화들이 그의 원작을 토대로 했지만 정서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 킹이 국내 영화팬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90년 『미저리』를 통해서였고 지난해 히트한 『쇼생크 탈출』은 공포작가로서의 그의 이미지를 뒤엎는데 기여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돌로레스 클레이본』도 『쇼생크 탈출』과 마찬가지로 「스티븐 킹=공포물」이란 공식을 뒤집는다.
작품성과 인간심리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수준높은 심리드라마로 영화와 작가를 새롭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뚱뚱한 몸매의여배우 캐시 베이츠가 주인공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영화팬들은 또한편의 『미저리』가 아닐까 지레 짐작할지도 모르지만 『돌로레스클레이본』은 사이코스릴러도,공포영화도 아니다 .
오히려 『돌로레스 클레이본』은 무능한 술주정뱅이 가장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안은채 담을 쌓고 살아온 두 모녀가 이해와 화해에 이르는 과정을 설득력있게 그린 감동드라마다.
클레이본은 망나니같은 남편이 주는 좌절감을 하나밖에 없는 딸셀리나를 제대로 키우고 말겠다는 집념 하나로 메워가는 주부.
그녀는 오로지 셀리나의 학비마련을 위해 베라 도노반이란 까다로운 마님의 하녀로 일하며 손등이 터지는 고된 일과 남편의 학대를 참아낸다.하지만 딸을 추행하고 모아둔 학비마저 훔친 남편에 의해 꿈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영화는 클레이본이 주인인 도노반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있다는 소식을 듣고 딸 셀리나(제니퍼 제이슨 리扮)가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뉴욕에서 유능한 기자로 인정받는 셀리나는 18년전 아버지가 실족사한 뒤 어머니를 의심해 집을 떠 나 한번도 고향을 찾지 않았다.
심한 신경쇠약증으로 위스키와 안정제에 의존하는 그녀는 추행에대한 기억을 무의식적으로 상실한 채 어머니가 들려주는 아버지의실상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가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회상기법으로 심도있게 18년전의 이야기와,현재 두 여인이 겪는 심리적 갈등을 포착해낸다.
여기에 18년전 클레이본을 살해혐의로 구속하는데 실패한 형사매키(크리스토퍼 플래머扮)가 집요하게 클레이본의 유죄입증에 매달려 팽팽한 긴장을 낳고,30여년을 클레이본과 생활한 도노반(주디 파피트扮)이 반전에 반전을 가져오는 결정적 인 역할을 하며 남편에 대한 증오심을 지닌 여성들의 우정을 진하게 보여준다. 테일러 핵포드감독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두 죽음-도노반의 계단추락사와 클레이본의 남편 조의 실족사-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가면서 클레이본과 도노반,클레이본과 딸 셀리나 사이의 갈등과 애정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나간다.
이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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