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씨 성명 귀향 구속집행까지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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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소환을 거부하고 귀향길에 오른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2일오후 2시30분 경남합천군율곡면기리 선영에서 500여명의 마을주민들과 친.인척들의 마중을 받으며 즉석 연설.
全씨는 『나는 합천 출신으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라고 말문을 연뒤 『최근 정치상황이 복잡해져 잘못하면 고향을 찾아보지 못할 것 같아 선영에 인사나 하고 귀경할 생각』이라며 비장한 심경을 피력.
…全씨는 이어 선친묘소로 올라가 친형인 전기환(全基煥)씨와 함께 성묘.
선산 입구에는 이동네 청년단체인 율곡청년회 회원들이 「각하 고향에 잘 오셨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내걸려 있는등 300여명의 환영인파가 몰렸다.이들과 全씨 구속및 처벌을 주장하는 대구노동운동단체협의회회원 11명간에 몸싸움을 벌어지 는등 선산 주위는 어수선한 분위기.
…성묘를 마친 全씨는 오후3시 25분쯤 서울2드8209호 아카디아 승용차를 타고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장조카인 전규명(全圭明.65)씨 집에 도착.
全씨는 이날 고향을 찾을때마다 들렀던 생가에는 가지 않았으며규명씨 집에는 장남 재국(宰國)씨와 장세동(張世東).허문도(許文道)씨등 측근들 외에 다른 사람들과는 일절 접촉을 기피.
…합천 도착후 다소 여유있는 표정을 보였던 全씨 측근 인사들은 2일밤 全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가라앉은 분위기.
全씨 측근 핵심인사들은 합천 읍내에 숙소를 잡고 대책을 논의하다 TV를 통해 영장 발부 사실을 알았는데, 장세동씨는 『검찰의 사법집행에 응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해 순순히 응할 방침임을 시사.한편 경남도경찰청은 영장 집행 과정에서 수사관들과 경호원및 마을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검찰측의 요청으로 1,000명 가량의 경찰병력을 주변에 배치.
…전국농민회총연맹 경상도지부 소속 회원및 대학생 30여명은 오후6시50분 『학살주범 전두환은 즉각 사죄하라는』등의 구호를외치며 全씨가 머무르고 있는 집으로 행진해 나가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및 마을주민과 20여분동안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全씨의 대국민성명이 발표된 2일 연희동앞 골목길 자택에는 오전 7시쯤부터 내외신 기자 15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 全씨는 오전9시 정각 검정양복과 검정코트에 흰목도리를 걸치고 대문을 나섰는데 약간 초췌한 모습이었으나 취재진을 향해 미소짓는등 여유있는 모습.
全씨는 걸음을 멈춘뒤 비서관으로부터 2페이지분량의 담화문을 받아 8분간에 걸쳐 침착한 어조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으며 그동안 全씨 뒤엔 오전 8시쯤부터 모여든 핵심측근 10여명이 양손을 모은채 심각한 모습으로 발표내용을 경청해 마 치 마피아보스와 단원들의 회합같은 분위기를 연출.
…全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 일행 23명과 함께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도착,강경순(姜敬淳)국립묘지 관리소장의 집례아래호국영령들에게 참배.
국방부 의장대의 나팔이 울리는 가운데 현충탑 입구에 도착한 全씨는 대기중이던 姜관리소장과 가볍게 악수를 나눈뒤 관리소측이준비한 흰장갑을 끼고 현충탑으로 가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적힌 조화를 헌화하고 분향.
全씨는 일행과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숙여 묵례를 올리고 분향을마친뒤 방명록에 「제12대 대통령 전두환」이라고 한문으로 쓴뒤황급히 승용차를 타고 합천으로 출발.
…귀향길에 나선 全씨일행은 2일 낮12시50분쯤 경북성주군성주읍배전리 그린숯불갈비집에 들어가 갈비탕과 맥주로 점심식사.
全씨는 식사중간에 수행비서진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간간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全씨는 또 경호원을 통해『주방아줌마들이 갑작스레 식사준비하느라 수고하셨는데 저녁에 약주나 한잔 하시라』며 주인 金씨에게 3만원을 건네주는등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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