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정국-결심.발표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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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5.18특별법 제정지시는 많은 뒷얘기를 남기고 있다.金대통령의 법제정 결심배경과 주변과의 사전협의여부,대표가 아닌 총장에게 이를 통보한 이유등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金대통령이 5.18특별법을 제정키로 결심하게된 결정적 동기는 노태우(盧泰愚)씨 비자금 사건때문이라는 후문.
金대통령은 캐나다와 유엔방문도중 터진 이 사건을 놓고 해법에고심했으며 각계의 5.18관련자 기소추진 서명운동등을 지켜보면서 우회보다는 정면돌파쪽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언. 金대통령은 특히 최근 TV로 방영중인 5.17관련 드라마등을 거의 빼놓지 않고 시청하면서 80년 당시에는 연금상태여서 제대로 몰랐던 부분까지 알게됐으며 관련 자료들을 챙겨보았다는 것. …金대통령은 24일 강삼재(姜三載)총장에게 자신의 결심을 밝힐 때까지 아무에게도 이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대통령자신이 『누구도 모른다.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고한다.그래서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과 김영수(金榮秀)민 정수석조차도 姜총장에게 오찬후 『무슨 말씀이 있었느냐』고 물었을 정도.金대통령은 이날 姜총장에게 『빨리 밥부터 먹자』고 했다고 한다.청와대로 향하기 직전 『오후 2시30분에 고위당직자회의를소집해놓고 올라오라』는 통보를 李정무수석으 로 부터 받았던 姜총장은 『할 말씀이 있구나』라고 짐작하고 빨리 식사를 마쳤다고한다. 그리고 『우선 간단히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고 말하며 전국위 소집등 당에서 검토한 자료를 집어들었다고 한다.그러자 金대통령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치우라』면서 자신이 준비한 메모지를 꺼내들었다고 한다.『받아 적어라』고 말한 金대통 령은 5.18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결심한 내용을 사인펜으로 메모지에적은대로 설명해나갔다고 한다.
…姜총장은 청와대에서 나오자 시내에서 미리 대기하고 있던 손학규(孫鶴圭)대변인과 차에 동승,당사로 오면서 발표내용을 협의.姜총장은 당에서 기다리던 고위당직자회의 멤버들이 『도대체 뭐냐』고 하자 『전두환 구속이야』라며 대통령의 결심 내용을 흥분조로 소개.
이날 고위당직자회의는 진통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이때만해도 김윤환(金潤煥)대표는 『그런 중요한 얘기를 왜 대표인 내게는 안했지…』라며 곤혹스런 표정을 보였다는 참석자의 전언.
청와대에서 발표를 기다리던 金대통령은 고위 당직자 회의가 길어지자 오후3시15분쯤 대표실로 전화,姜총장을 찾아 『빨리 총장이 직접 발표하라』고 거듭 지시해 이로써 논란은 무의미해졌고姜총장은 부랴부랴 기자실로 향하게됐다.
김두우.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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